약 초 꾼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진 약초꾼 영감님이 개울가로 내려와 떠내려오는 단풍낙엽을 걷어내고 두손으로 개울물을 떠 올려 벌컥벌컥 세번이나 마시고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과 목덜미를 씻어냈다.“영감님, 월천 좀 해주시구려.”약초꾼이 뒤돌아 올려다 보니 어떤 젊은이가 사모관대에 가죽신을 신고 백옥같은 준수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행색이 초라한 약초꾼은 두말없이 첨벙첨벙 젊은이에게 다가가 등을 구부렸다.젊은이가 영감님의 땀에 전 옷이 비단관복을 더럽힐세라 엉거주춤 어부바를 해서 손을 뻗쳐 영감님의 어깨를 잡았다.몇번이나 기우뚱거리며 월천을 했다.“영감님, 기운이 좋습니다. 연세가 얼마나 되시는지?”“연세랄 거는 없고 쉰이 조금 넘었소이다.”젊은이가 이어 물었다.“영감님, 혹시 이 고을에 궁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