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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예 방만 '쾅'… "목표물 식별 AI폭탄 원격조종" NYT 보도 파장

太兄 2024. 8. 3. 18:10

하니예 방만 '쾅'… "목표물 식별 AI폭탄 원격조종" NYT 보도 파장

미국 언론, 하니예 암살 분석
이스라엘 '모사드' 소행 추정

입력 2024.08.02. 21:22업데이트 2024.08.03. 00:27
30일 열린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이란 현지 시각으로 31일 오전 2시경 암살된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머물렀던 곳으로 전해진 숙소. 한쪽 벽이 허물어져 있고, 그곳을 천으로 가리고 있다. / 뉴욕타임스(NYT) 갈무리

하마스를 이끄는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지난달 31일 암살에 쓰인 무기가 당초 알려진 미사일이 아닌, 미리 설치된 원격 조종 폭탄이었다는 1일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침공해 민간인 약 150명을 납치한 후 전쟁 중이다. 이스라엘이 복수를 위해 AI(인공지능)가 탑재된 첨단 폭탄을 동원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해 말부터 암살 감행을 준비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아직 이 보도를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1일 NYT에 이어 2일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하니예가 머물던 테헤란의 귀빈 숙소에 설치된 암살용 폭탄은 AI를 사용한 첨단 장비”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사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수장 지야드 알나할라가 바로 옆방에 있었음에도 전혀 다치지 않을 만큼 정교한 폭발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NYT도 “이번 공격에 활용된 폭탄의 정확도와 정교함은 이스라엘이 2020년 이란의 거물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를 암살하는 데 사용한 원격 조정 AI 로봇 무기와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 공격 당시 파크리자데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조준하고 방아쇠까지 당길 수 있는 ‘AI 로봇 기관총’을 사용했다. 이번에 사용된 폭탄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갖췄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파리의 한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는 “폭탄이 정확히 방의 어디에 설치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목표물인) 하니예의 얼굴이나 음성을 통해 그를 확인하고, 멀리 안전한 곳에 은신한 원격 조종자에게 알렸을 것”이라며 “원격 조종자가 ‘공격 승인’ 버튼을 누르고 AI가 목표물을 다시 확인한 즉시 자폭(自爆)했을 수 있다”고 했다.

폭탄에 AI를 쓰면 유리한 점이 여럿 있다. 우선 원격 조종 시 ‘시간 지연’으로 인한 실패 가능성을 낮춘다. 현장의 소리·화면을 무선 인터넷 등을 통해 전달받고, 이를 사람이 확인해 다시 명령을 보내려면 최소 수초간 지연이 생긴다. 그사이에 목표물이 이동하면 타격이 실패하기 쉽고 불필요한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이 문제를 개선하려면 AI가 목표물을 스스로 확인해 공격토록 하면 된다. 앞서 파크리자데를 노린 로봇 기관총의 경우 암살 현장과 ‘공격 승인’을 하는 원격 조종자 사이의 1.6초의 시간 지연이 있었다. 현장의 AI가 아닌 원격 조종자가 목표를 조준해 원격으로 방아쇠를 당겼다면 그새 파크리자데의 차량이 이동해 암살 작전이 실패했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당시 쓰인 AI 로봇 기관총의 경우 인간이 일단 ‘승인’만 내리면 그다음부터는 목표물을 스스로 파악해 공격하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하니예를 노린 폭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니예가 ‘타격 범위’에 있음을 AI가 확인한 다음 지연 없이 자폭했으리라는 추정이 나온다. 이런 방식을 쓰면 적은 양의 폭발물로도 상대를 정확히 노릴 수 있다. 실제로 하니예를 사망케 한 폭발은 그가 있던 방과 벽 등 건물 일부만 손상시켰다. 은밀한 반입·설치를 위해, 사용된 폭탄의 크기는 AI와 원격 교신 장치를 포함해 작은 상자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표적 공습에 사용하는 고정밀 소형 폭탄도 폭약의 양이 수십 ㎏에 달하는데 이보다 훨씬 적은 양이다. 폭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 방향으로 터지는 ‘지향성 폭탄’이 사용됐고 그 방향 역시 AI가 조종했을 수 있다.

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도지도자 하니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테헤란 시내로 쏟아져 나온 이란 시민들이 하니예의 운구차를 에워싸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하니예 암살은 이스라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장기간 준비해 온 작전에 따라 이뤄졌다고 추정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일 “하니예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을 최소 세 차례 방문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 과정에서 하니예의 동선을 추적해 이동 패턴을 찾아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에 주로 거주하는 하니예가 이란을 방문할 때 대체로 어디에 묵는지, 또 특정 숙소에 묵을 경우 어느 객실을 사용하는지도 철저히 파악해 ‘덫’을 놓은 다음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NYT와 액시오스는 암살에 쓰인 폭탄이 2개월여 전 이 숙소에 반입되어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로 이란이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을 때다. 이스라엘 혹은 국내 반정부 세력에 의한 암살설까지 돌면서 요인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등 경호 부처들이 혼란에 빠졌고, 대규모 내부 조사도 이뤄졌다. 이런 어수선해진 틈을 노린 모사드 등 이스라엘 측 요원들이 폭탄 반입과 설치를 성공으로 마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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