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세수 구멍 메우는 데 쓰인 외환보유액 400억달러

太兄 2023. 9. 23. 15:24

세수 구멍 메우는 데 쓰인 외환보유액 400억달러

조선일보
입력 2023.09.23. 03:12
지난해 한미 간 금리 역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외환 당국이 달러 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458억달러를 내다 팔았고, 그 결과 지난해 외환보유액이 400억달러나 줄었다. 정부는 이렇게 달러를 팔아 외평기금에 쌓인 돈 중 20조원을 끌어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로 했다.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이 연 5.5%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5.1%로 종전 전망치보다 0.5%포인트나 더 올렸다. 미국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란 예고에 글로벌 증시가 얼어붙고 달러 값이 치솟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행보와 달리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 문제를 우려해 올 들어 연 3.5% 수준에서 계속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그 결과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졌다.

작년 7월 시작된 한미 간 금리 역전은 환율 급등을 촉발, 2021년 말 1190원대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이 작년 9월엔 1445원까지 치솟았다. 외환 당국은 환율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외환보유 달러를 계속 내다 팔았다. 시장 개입용 달러 순매도액이 작년 1분기 83억달러, 2분기 154억달러, 3분기 175억달러, 4분기 46억달러로 총 매도액이 458억달러에 달했다. 그 결과 외환보유액이 작년 한 해 400억달러나 줄었다. 연 단위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외환 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 위기(200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달러를 팔아 원화로 바꾼 자금은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쌓인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59조원의 세수 구멍을 메우는 데 외평기금 20조원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결국 외환보유액 달러를 판 돈으로 세수 부족을 메우는 꼴이다. 정부는 국가 부채를 늘리는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세수 구멍을 메우는 묘수라고 주장하지만, 경제엔 묘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정부는 세금 부족분을 메우는 외평기금 20조원이 정말 꼭 필요한 곳에 쓰인다고 누가 말할 수 있나.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한 곳에 풀리는 돈은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쓰려고 귀중한 외화 자산을 헐어 쓰는 것은 나라 빚을 내는 것 못지않게 미래 세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지면 현재의 외환보유액만으로 환율 방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외환 보유 달러를 판 돈으로 세수 구멍을 메우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정부가 허리 띠를 졸라매야 한다.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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