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에야 "법대로"… 무원칙 대응으로 혼선 자초한 법원
[법은 왜 짓밟혔나] [4] 오락가락 법 해석 논란
법원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기간 연장 신청을 두 차례나 불허한 이유는 한마디로 공수처가 기소를 요구한 윤 대통령 내란 혐의에 대해 검찰은 보완 수사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초기 법률상 내란 수사권이 없는 검찰과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구속영장을 광범위하게 인정했던 법원이 윤 대통령 탄핵과 수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법대로 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 따라 오락가락한 법원 판단
서울중앙지법 최민혜 판사는 지난 25일 검찰의 윤 대통령 구속 기간 연장 재신청을 불허하면서 전날 같은 법원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공수처 검사는 기소권이 없는 사건을 수사했을 때 증거물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해야 하고, 검찰청 검사는 공소 제기 여부를 공수처에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조문을 ‘엄격하게’ 본 것이다. 법 조항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검찰은 기소를 할지 말지만 판단하면 되지, 추가로 보완 수사를 할 권리는 없다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원이 여론에 따라 법 해석 재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초반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을 때는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권을 폭넓게 인정하다가, 이후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와 탄핵 심판 진행 등으로 윤 대통령 측에 유리한 여론이 조금씩 늘어나자 수사권을 엄격히 해석하는 쪽으로 다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0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했다. 내란죄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지만,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관의 범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어서 이들의 공범인 김 전 장관 등도 수사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이후 공수처의 내란 수사도 인정했다. 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없고, 영장 청구 법원도 법률상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에 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서울서부지법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구속 영장을 차례로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윤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하고 공수처 손을 들어줬다.
◇법원 내부 비판도 계속돼
이런 행태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임병렬 청주지법원장은 최근 법원 내부게시판(코트넷)에 “판사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대법원도, 동료 판사도 아닌 국민”이라며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다면 해소해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법이 지난 12일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한 15자(字)짜리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국민을 설득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한 것이다.
전직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은 수사가 부실하면 부실한 대로 공수처가 송부한 사건을 기소할지만 판단하라는 것인데 검찰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며 “공수처법이 허술해서 발생한 일인데 법원이 지금껏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구속 기간 만료 시점도 논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기간 연장 불허 결정은 ‘구속 기간이 언제까지냐’는 새로운 논란 거리도 만들었다. 26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인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 구속 기간이 지난 25일 자정에 끝나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체포 및 구속한 피의자의 1차 구속 기간은 기본 10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전 10시 33분에 체포됐고, 체포적부심(10시간 30분)과 구속영장 실질심사(33시간)에 걸린 시간(총 43시간 30분)이 이틀(48시간)이 되지 않아 지난 15일부터 11일째인 25일 자정까지만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수십 년간 형사 실무상 구속 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짜 단위로 계산해 왔고,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사흘(지난 17~19일)이 걸린 만큼 체포적부심을 제외해도 구속 기한은 27일까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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