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이재명 선거법’ 판사 사표 파문… 법조계 “정치인 눈치 보기 심각”

太兄 2024. 1. 10. 16:13

‘이재명 선거법’ 판사 사표 파문… 법조계 “정치인 눈치 보기 심각”

선거법 사건 1심, 6개월 기한 넘겨

입력 2024.01.10. 03:00업데이트 2024.01.10. 08:55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을 16개월간 맡아온 강규태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면서 이 재판이 지연될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선거법 재판은 6개월 안에 1심 판결을 선고하게 돼 있는 법 규정을 이미 어긴 상태인데 다음달 정기 인사로 판사가 새로 오면 그동안 진행된 재판 녹음을 법정에서 재생하는 등 사실상 재판을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2022년 9월 기소됐다.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대선 당시 방송에 나와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몰랐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적용됐다. 또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문제 삼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았다.

강 부장판사가 맡은 재판은 지금까지 절반쯤만 진행이 됐다. 재판 초기에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공판 준비 기일에만 6개월이 걸렸다. 유무죄를 가리는 정식 재판도 2주에 1회씩만 열었다. “주 1회 재판을 해달라”는 검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결과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한 혐의를 심리하는 데에만 1년 넘게 걸린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저런 식으로 재판을 지체하다가 나가버리면 동료 판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강 부장판사는 “사건 진행을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하다.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라는 내용의 글을 대학 동기 단체 대화방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법원은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한 재판을 ‘대장동 사건’ 등 다른 재판과 분리해서 재판하기로 결정하는 데에도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인 관련 중요 사건에서 법원이 의도적으로 눈치를 보면서 재판을 지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일은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시절부터 있었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 재판에서 공판 준비 기일로만 15개월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 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되는 데 46개월이 걸렸다.

 

李 선거법 재판 16개월 끌다 사표, 강규태 판사의 사법 농락 가담

조선일보
입력 2024.01.10. 03:1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22/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강규태 부장판사가 다음 달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다고 한다. 이 사건 재판을 16개월을 끌다 선고도 안 한 상태에서 사표를 낸 것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1심을 6개월 내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강 부장판사는 이미 10개월 동안 위법을 저질렀다. 판사로서 일말의 책임감이나 양심이 있었다면 늦었더라도 선고는 자신이 해야 한다. 그런데 선고는 고사하고 재판도 마무리하지 않은 채 사표를 내 버렸다. 중요 사건 재판장이 이 정도로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것은 유례가 드물다.

사건이 복잡한 것도 아니다. 이 사건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표가 대장동 핵심 실무자를 몰랐다고 하고,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이 이뤄졌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이 대표가 몰랐다고 한 대장동 실무자와 외국 여행을 가 같이 골프를 한 사실 등이 다 드러나 있다. 오래 걸릴 재판이 아니다. 그런데 강 부장판사는 정식 재판에 앞서 사건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 준비 절차를 6개월이나 진행했고, 처음부터 ‘2주에 1회’씩 재판 기일을 잡았다. 작년 8월 이후엔 이 대표의 단식 등을 이유로 재판을 두 달 넘게 미뤄주기도 했다. 작년 10월엔 “주 1회 재판을 고려해 달라”는 검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를 한다면 이 대표에게 유죄를 내리지 않을 수 없으니 애초부터 선고를 안 하려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강 부장판사와 함께 이 재판부 배석 판사 2명도 다음 달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통상 형사합의부 재판장은 2년, 배석 판사는 해마다 교체하는 법원 내규 때문이다. 중요 사건 재판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나 진술의 뉘앙스 등도 판사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재판부가 통째로 바뀌면 이런 과정이 다 끊기고 재판은 더 늘어지게 된다. 이 자체로 불의이다. 이 사건 재판의 진행 과정을 보면 이것은 불의를 넘어서 사법 농단, 사법 농락에 해당된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장동 민간 업자들을 재판하고 있는 재판부도 다음 달 교체 대상이고,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재판장도 내년 2월 교체 대상이다.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은 수사 기록만 수백 권에 달해 내년 2월까지 선고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그러면 이 재판부들도 선고를 못 한 상태에서 떠날 수 있다. 판사들이 재판하는 척 시늉만 하고 선고를 후임 재판부에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가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법원 내규를 바꾸고 형사 전담 법관을 두는 등 대법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대표 구속영장 심사를 맡은 판사는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은 기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논리와 법리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그가 제시한 법리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 사건 관련자 20여 명이 구속됐는데 정작 본인 영장이 기각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더니 이번엔 상식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허위 사실 공표 사건 재판장이 선고를 앞두고 사표를 내고 도망치듯 했다. 지금 이 대표 측은 재판을 지연하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해 사법 제도를 농락하고 있다. 강규태 판사는 이 사법 농락에 가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