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주 52시간제 예외'에 온갖 조건 단 이 대표, 하지 말자는 것

太兄 2025. 2. 12. 18:31

 '주 52시간제 예외'에 온갖 조건 단 이 대표, 하지 말자는 것

조선일보
입력 2025.02.12. 00:20업데이트 2025.02.12. 14: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 토론회에 참석, 박찬대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도체 연구직의 주 52시간제 예외’ 문제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하다 11일 조건부 허용 입장을 밝혔다.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에 대해, 이들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노동시간 변형에 따른 연장·심야·주말 수당을 전부 지급하는 조건으로, 수년간 한시적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자고 했다. 사실상 하지 말자는 것인데 입장 번복이란 비판을 피하려 말을 길게 늘인 것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 구애를 하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 3일엔 ‘반도체특별법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고 ‘주 52시간제 예외’를 수용할 것처럼 말했다.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에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나”라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고 했다. 그러다 노조와 민주당 강성 의원이 반발하자 곧 말을 바꾼 것이다.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 산업계의 요구는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White collar exemption)’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선진국 거의 모두 이렇게 하고 있다. 미국은 1938년 근로기준법을 처음 만들 때부터, 영국은 1998년, 일본에선 2019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는 등 글로벌 표준이다. 대만·중국 등도 근로시간 규제가 있지만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연하게 적용된다. 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 연구센터가 1년 내내 24시간 가동되고, 2차전지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연구 인력이 ‘8·9·6 근무’(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근로시간 규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일반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와 달리 고소득 전문직은 몇 시간 일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아니다. 일의 결과에 따라 평가받고 보수도 그에 따라 책정된다. 이런 전문직들이 자의에 의해 더 일하겠다는데 국가가 법으로 금지하는 게 말이 되나. 이 대표가 내건 전제 조건을 다 지키려면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시행하는 기존의 ‘특별 연장 근로’와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은 엊그제 집권 후 성장 플랜이라면서 AI(인공지능)·바이오·문화·방산·에너지·식량 분야에서 삼성전자급 기업 6개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저녁이면 기업 연구소에 불이 꺼지게 만들고 무슨 수로 이렇게 한다는 건가. 거짓 선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