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언론, 그것이 나의 소명이었다"

太兄 2024. 10. 30. 17:15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언론, 그것이 나의 소명이었다"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
연세대 명예 언론학 박사

입력 2024.10.30. 05:52업데이트 2024.10.30. 05:54
연세대 명예 언론홍보영상학 박사학위를 받은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은 29일 서울 연세대 경영관 용재홀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증조부인 계초 방응모 선생의 언론 정신과 할머니의 기독교 정신이 신문사 경영인이자 언론인으로 살도록 이끌어주셨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사실 보도’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신문을 만드는 것,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기자들을 보호하고 지켜내는 것이 저의 소명이고 책임이었습니다.”

격랑의 시대를 뚫고 걸어온 반세기 언론 외길에 학계 최고 권위의 명예가 부여됐다. 연세대는 29일 방상훈(76) 조선일보 회장에게 명예언론홍보영상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연세대가 언론학으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는 방 회장이 처음이다.

연세대 경영관 용재홀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미디어 대격변의 시기에 조선일보를 명실상부한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시킨 방상훈 회장은 권력 비판뿐 아니라 환경과 통일 등 사회적 어젠다를 끊임없이 제시하며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해 왔다”면서 “환경과 사회 통합은 인류가 추구하고 지켜가야 할 진리로, 방 회장의 업적은 연세대 건학 이념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학위 수여를 의결한 김현철 연세대 대학원장은 “첫째도 팩트, 둘째도 팩트를 강조해온 방상훈 회장은 외부로부터의 시련에도 조선일보가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데 든든한 울타리가 돼왔다”고 말했다.

1970년 조선일보 외신부 기자로 입사한 방상훈 회장은 주미 특파원, 기획관리실장, 전무를 거쳐 1993년 조선일보 사장에 취임한 이후 31년 동안 언론 경영인의 길을 걸어왔다. ‘쓰레기를 줄입시다’ ‘자전거를 탑시다’ ‘샛강을 살립시다’로 이어진 환경 캠페인,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기치를 내걸고 펼친 정보화 운동, 통일을 국가적 의제로 각인한 ‘통일이 미래다’, 초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아이가 행복입니다’ 등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보여준 대표 캠페인이 그의 사장 재임 시절 이뤄졌다.

이날 축사를 한 김성수 성공회 주교는 “1987년 6·10 항쟁 때 우리 성당에 있던 시위대 집행부의 데모와 단식을 조선일보가 매일 1면부터 대문짝만 하게 실어줬다”면서 “발달장애인이 모여 사는 강화도 ‘우리 마을’에 큰 관심을 가져줬던 조선일보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 아픈 곳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방상훈 회장은 답사에서 “제가 신문사 경영인이자 언론인으로 살도록 이끌어준 두 가지 가르침은 증조부인 계초 방응모 선생의 언론 정신과 할머니의 기독교 정신”이라고 했다. “두 가르침이 저를 인내하게 했고, 여러 시련과 시험에도 언론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한 바탕이 됐습니다.”

언론학자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2001년 김대중 정권의 혹독한 세무조사로 탄압을 받았지만 언론 자유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초도 이겨내겠다고 한 방 회장은, 기자들이 권력과 금전의 유혹에 굴하지 않도록 탄탄한 경영을 통해 편집을 뒷받쳐주는 조타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학위 수여식에는 연세대 허동수 이사장, 윤동섭 총장, 김현철 대학원장을 비롯해 김병수·김우식·김한중·김용학 전 총장, 금기창·김용호·이종수·이원용 부총장 등이 참석했다. 언론계에서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이병규 문화일보 회장, 장명국 내일신문 사장, 윤세영 전 SBS 회장, 홍두표 TV조선 회장, YTN 대주주인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함께해 축하했고, 학계에서는 김명자 카이스트 이사장,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 염재호 태재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윤석민 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중섭 미술상, 이해랑 연극상, 차범석 희곡상 등을 제정해 문화 발전에도 힘써 온 방상훈 회장을 축하하기 위해 문화 예술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민세 안재홍 선생의 손녀 안혜초 시인을 비롯해 이방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 차혜영 차범석연극재단 이사장,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 김동건 아나운서, 배우 박정자·손숙, 가수 윤형주·김세환 등이 참석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인요한 국회의원 등 방 회장의 오랜 지인들도 참석했으며, 양건 전 감사원장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참석해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