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反간첩법으로 우리 교민 구속, 우리는 당하기만 할 건가
중국에서 반도체 관련 일을 하던 한국 교민이 지난해 12월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 중인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중국이 지난해 7월 간첩 혐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 ‘개정 반간첩법’을 시행할 때부터 우려되던 일인데, 첫 한국인 적용자가 나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출신인 이 교민은 한때 몸담았던 중국 반도체 회사의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중 간 반도체 전쟁에 끼어있는 한국 반도체 인력 중에서 비슷한 사례가 또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1월 러시아에서는 북한 벌목공과 탈북민을 돕던 우리 선교사가 간첩죄로 현지 당국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사안의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지난 7월 동맹국인 미국에서도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들과 가깝게 지냈던 한반도 전문가가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몇 달 새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과 중·러의 대립, 그에 따른 신냉전 양상, 기술 경쟁의 격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 등으로 세계는 지금 정보 전쟁 중이다. 그만큼 타국의 정보 활동에 각국이 민감해져 있다. 일부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외국인을 간첩 혐의라며 체포한 뒤, 상대국과의 협상에 이용하고 있다. 외국에 사는 교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외국이 우리 국내에서 벌이는 반국가 정보 활동을 처벌할 법적 근거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아직도 우리 형법과 군형법은 ‘적국(북한)’을 위하는 행위만 간첩죄로 처벌하고 있다.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이 중국 동포에게 우리 첩보 요원 신상을 유출한 사건을 계기로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이 아닌 ‘외국’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있었다. 그러나 법 개정은 무소식이다. 외국을 대리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게 해서 누가 어느 나라를 위해 일하는지 분명히 알게 하자는 외국대리인등록법 제정안도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미국의 동맹이면서 북·중·러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은 치열한 정보전의 대상이다. 대공수사권을 박탈당하고 외국 간첩도 기소할 수 없는 우리 국정원은 손발이 묶였다. 우리 국민은 외국에서 간첩 혐의를 쓰고, 우리는 외국인 진짜 간첩을 처벌하지 못한다. 국회의 법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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