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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땅굴, AI로봇·특수부대 작전에 무력화

太兄 2023. 11. 6. 20:07

하마스 땅굴, AI로봇·특수부대 작전에 무력화

이軍 2014년엔 50일간 32곳, 이번엔 하루 만에 150여곳 파괴

입력 2023.11.06. 03:00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만든 땅굴을 탐지해 폭발물로 무력화시키는 모습. 이스라엘군이 3일 공개했다. /IDF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 지상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지상전의 최대 복병(伏兵)으로 꼽아온 하마스의 땅굴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은 “특수 훈련을 받은 공병 부대와 인공지능(AI) 탑재 로봇 등 하마스의 악명 높은 땅굴을 공략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2일(현지 시각) 전했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장벽을 중심으로 깊이 지하 약 70m, 총연장 500~800㎞로 알려진 하마스 땅굴은 이스라엘군 통신망이 닿지 않고 안팎에 설치된 부비트랩(폭발물 함정)이 많아 과거 교전 때마다 이스라엘군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시작된 이번 지상작전에선 첨단 기술을 동원해 땅굴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이스라엘군은 자평했다.

그래픽=이철원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AI가 주도한 작전을 통해 하루 만에 하마스 땅굴 150여 곳을 붕괴시켰다”고 했다. 2014년 이스라엘·하마스 가자지구 분쟁 당시 약 50일 동안 파괴된 터널이 3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스라엘의 땅굴 파괴가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번 작전은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하기 직전 펼쳐진 것으로 하마스 매복 병력 상당수를 소탕해 지상전 초기 승세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상당수가 이스라엘로도 연결되는 하마스 땅굴 1300여 개는 식량 비축 창고인 동시에 하마스의 매복지이자 이동 통로로 쓰인다. 고도화된 이스라엘군의 장비와 통신망이라도 깊은 땅굴에선 먹통이 되는 데다 성인 어깨 폭 통로에 진입하면 매복한 하마스 병력에게 전멸당할 위험이 커 이스라엘군은 일반 지상군이 터널에 진입하는 것을 통상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은 땅굴 공략에 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상전을 개시한 지 한 주도 되지 않아 하마스의 땅굴 10분의 1 이상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과거의 고전(苦戰)을 반면교사 삼아 하마스 땅굴 공격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고 알려졌다. AI·드론(무인기)·특수부대·화학무기 등 전방위적인 공격을 땅굴 파훼(破毁)를 위해 퍼부었다고 한다. 가장 먼저 투입된 ‘병력’은 로봇 부대였다. ‘스로봇(throwbot)’이라고 불리는 정찰용 로봇과 소형 트럭 로봇 등을 가자지구에 침투시켜 땅굴 위치를 파악했다. 이 로봇들은 땅굴에 침입해 이스라엘군의 침입을 막으려 설치된 부비트랩을 미리 폭발시키는 역할도 했다. 이 과정에서 폭발을 피하지 못한 하마스 병력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 로봇들은 지형 파악을 위한 AI 기술을 탑재해 땅굴 내부 물체·사람을 감지하며 ‘스마트(영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전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중동 매체들이 지난 2일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이스라엘군이 고도로 발전된 AI 주도 작전을 통해 하루 만에 하마스 땅굴 150여 곳을 붕괴시켰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13년 9월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부근에 있는 땅굴에서 휴식하는 모습./AP 연합뉴스

로봇들이 ‘1차 정찰’을 마치고 안전을 어느 정도 확보한 땅굴엔 이스라엘군 특수공병대 ‘야할롬(다이아몬드·정예라는 뜻)’ 부대가 투입됐다. 땅굴에 침입한 병력은 그중에서도 이른바 ‘족제비 지하특공대’라 불리는 극소수 정예군으로, 땅굴과 같은 폐쇄적 환경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게 특수 훈련됐다고 알려졌다. 이들과 동행한 군견(軍犬)은 내부에 남은 폭발물을 감지하고, 매복한 하마스 병력을 직접 공격할 수 있도록 훈련받았다고 이집트 메나통신은 전했다.

AI 로봇과 특수부대가 땅굴 내부에서 작전을 펼쳤다면, 지상에선 대형 전투용 불도저인 ‘D9R 불도저’가 땅굴 입구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맡았다. ‘테디베어(곰 인형)’란 별명으로도 불리는 D9R은 폭발물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장갑으로 무장돼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땅굴 무력화를 위해 ‘스펀지 폭탄’을 활용하고 있다고도 알려졌다. 화학무기 일종인 스펀지 폭탄은 금속 칸막이로 분리한 두 화학물질이 섞여 거품 형태 물질이 터널 안에서 폭발하고 곧 단단히 굳어져, 하마스 통로를 막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늘의 폭격기는 지하 수십m를 단숨에 뚫고 땅 아래에서 폭발하는 ‘벙커버스터’를 가자지구 곳곳에 투하해 땅굴 매복 병력을 사살하고 통신망을 파괴하고 있다.

메나통신은 이스라엘군이 당초 하마스가 땅굴 건설을 본격화한 2000년대 말부터 동남부 네게브 사막에 가자지구를 본뜬 훈련장을 세워 땅굴 파괴 훈련을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이른바 ‘리틀 가자’라고 불리는 이 훈련장엔 학교·판잣집 등 가자지구와 비슷한 구조물 600개가 들어서 있고, 하마스 땅굴과 같은 지하 터널도 설치돼 있다고 한다. 한편에선 이번 이스라엘군이 2014년에 비해 하마스 땅굴을 전방위적 전략으로 공략할 수 있었던 건 10년 전 분쟁 이후 훈련 및 기술 개발에 10배 이상의 인력과 자원을 쏟아부은 덕분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