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 속 민노총 파업… 매출 4조원 공장 문 닫았다
현대제철, 일부 공장 직장 폐쇄… 노조 "성과급 더 올려라" 파업
업계는 불황, 트럼프는 철강 관세 압박… 파업 겹치자 생산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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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24일 연 매출 4조원 안팎을 내는 충남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을 스스로 문 닫는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업계 불황이 깊어지고 트럼프 2기 정부의 고율 관세 공세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 상황에서,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 당진하이스코지회 노조의 ‘게릴라 파업’이 이어진 여파다. 이들은 사측이 제시한 1인당 2600만원대의 성과급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수준에 준하는 성과급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자, 회사가 직장 폐쇄란 법이 허용하는 ‘원칙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의 1953년 창사 이래 첫 직장 폐쇄다. 국내 대규모 사업장 기준으로도 직장 폐쇄는 2012년 자동차 부품 회사 만도 사례 이후 1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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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종은 중국 저가 철강 제품의 공세와 건설 등 기반 산업 수요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장벽까지 맞닥뜨렸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최대 10조원 규모 제철소를 검토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정작 핵심 사업장 불을 스스로 꺼야 하는 악재를 맞게 됐다. 반면 경쟁사인 일본제철은 미 철강 기업 US스틸 인수를 위해 22조원 인수 자금 외에도 추가 투자를 약속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미래 투자에 생존이 달려 있는데 내부 갈등으로 경쟁자만 웃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성과급 2600만원 적다”는 그들, 철강 위기 안중에 없어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은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한 핵심 시설이다. 특히 냉연은 현대차그룹의 주력 제품인 자동차를 만들 때 쓰는 고품질 자동차용 강판의 주요 소재다. 그런데 이 공장은 올해 들어 네 차례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성과급 규모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민노총 산하 이 회사 노조가 이곳을 파업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제철소에서는 고로와 제강 등 쇳물을 다루는 공정은 파업을 못 하게 ‘노조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노조 입장에서는 냉연공장이 파업 대상으로 가장 효과적이며, 사측으로선 가장 치명적인 사업장이다.
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당진하이스코지회(당진냉연지회)는 지난 1월 21일에는 모든 조합원 대상 24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지난 1일에는 PL/TCM(냉연 제품의 표면 불순물을 없애는 공정 관련 시설) 분야에서 부분 파업을, 11일에는 또 전 조합원 대상 24시간 총파업을 했다. 지난 20일부터는 다시 PL/TCM에서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자 회사가 이날 직장 폐쇄로 맞선 것이다. 사측은 직장 폐쇄 공고 전 관할 지자체와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해야 하고, 노조가 ‘직장 폐쇄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을 낼 경우 법원에서 적법성을 따지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기업이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가장 강력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발 위기를 보자는 사측, 성과급은 성과급이란 노조
현대제철 노사는 9월부터 최근까지 22차례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성과급을 둘러싼 이견이 크다. 노조는 “2023년 연간 영업이익 약 7980억원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상위권이므로 여기에 걸맞은 성과급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그룹 내 최고 실적을 낸 현대차에 기여가 컸다는 이유로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주력 사업인 자동차용 강판 대부분이 현대차·기아에 공급되는 만큼, 과거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덕을 본 점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 지금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트럼프발 위기에 대비부터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맞선다. 현금을 확보해 선제 투자 등으로 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 영업이익은 가파르게 줄고 있다. 2022년 1조6000억원이 넘은 영업이익은 지난해 3140억원(성과급 등 지급 전 기준)까지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이 기간 5.9%에서 1.4%까지 떨어졌다. 회사는 이를 감안하면 지난 19일 제시한 ‘기본급 450%+1000만원’ 안이 마지노선이라고 한다. 노조원 1인당 약 2650만원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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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조는 총액 기준 4000만원대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또 파업을 예고하자 직장 폐쇄라는 최후의 수단을 썼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냉연은 다른 순천 공장에서도 일부를 생산하기 때문에 당장은 재고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현대제철은 물론이고, 그룹 핵심인 현대차·기아의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사측은 왜 ‘원칙 대응’ 카드를 내밀었나
현대제철은 직장 폐쇄의 시한을 ‘노조의 파업 해제 때’로 정했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물러서지 않겠다고 엄정 대응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룹 차원의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율이 25%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그룹 내부의 위기감은 최고조로 올라가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이게 현실이 되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 감소분만 연간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성과급을 둘러싸고 노조와 적당히 타협할 경우, 올해 또 다가올 현대차나 기아 노조, 다른 계열사 노조 등과의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그룹 내부의 불확실성을 스스로 키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직장 폐쇄(lock-out)
노조법 2조, 46조를 근거로 사용자(회사 측)가 쓸 수 있는 쟁의 행위. 근로자(노조)의 파업 등 쟁의 행위에 대항해 사용자의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다. 근로자는 해당 기간 일할 수 없고, 사업장에 출입할 수 없다. 직장 폐쇄 기간에는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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