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TSMC, 설계는 브로드컴... '美 반도체 상징' 인텔 쪼개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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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 대표 반도체 기업 인텔을 설계와 제조 두 개로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적자와 기술 부족으로 독자 생존이 불투명한 인텔을 매각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를 대만 TSMC에, 반도체 설계 부문을 미국 브로드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TSMC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인텔 파운드리 부문을 되살리고, 브로드컴을 엔비디아와 맞설 수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키우는 전략이라는 게 테크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인텔은 AI 분야에서 뒤처지며 최근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바이든 정부는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경쟁력 회복은 미지수다.
◇인텔 살리려 TSMC 활용하나
196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인텔은 미국 반도체의 상징으로 꼽힌다. 인텔의 사업부는 크게 설계와 제조로 나뉜다. 설계 부문의 주요 사업으로는 중앙처리장치(CPU), 데이터센터 및 AI, 네트워크가 있고 제조 부문은 파운드리가 있다. 인텔은 PC CPU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이지만 최근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인텔의 영업손실은 116억7800만 달러(약 16조86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의 인수 후보로는 세계 1위 대만 TSMC가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최근 TSMC 관계자들과 만나 인텔의 공장 인수에 대해 논의했다. 주요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들과 미국 정부가 지분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이 이야기됐다고 한다. TSMC가 미국 정부·기업들과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한 테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대만 기업에 자국 기업을 순순히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TSMC와 합작사를 만들어 미국 정부나 기업들의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인텔 파운드리 인수에 TSMC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기술 때문이다. TSMC가 인텔 공장 인수에 참여한다면 공정 관련 핵심 기술을 미국에 넘겨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공장 건설과 운영에는 회사별 노하우가 들어간다. 로이터는 “TSMC가 독점 기술과 공정 중 일부를 인텔 직원에게 공개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때문에 대만에서는 TSMC의 인텔 인수에 대해 “반도체 관세 부과보다 더 나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텔의 설계 부문은 미국 브로드컴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이 전했다. 브로드컴의 인텔 인수가 성사된다면 엔비디아에 대항할 AI 반도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AI 반도체 시장은 현재 엔비디아가 시장의 90% 정도 독점하고 있다. 인텔은 AI 반도체 ‘가우디’를 개발했지만, 엔비디아에 밀려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에 뛰어들며 주목받고 있는 브로드컴이 인텔의 기술력을 흡수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미국 기업이긴 하지만 창업자 젠슨 황은 대만계”라며 “엔비디아의 경쟁사를 키워 독점을 해소할 수 있다면 AI 반도체를 사용하는 미국 빅테크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뜻대로 될까?
인텔의 분할 매각 논의는 트럼프 정부의 제조업 경쟁력 부활과 맞닿아있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우리는 (한때) 모든 반도체를 자체 생산했지만 지금은 90%가 대만에서 생산된다”며 대만 반도체를 콕 집어 저격했다. 미국 밴스 부통령도 파리에서 열린 AI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미국에서 설계·제조된 칩을 사용해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인텔 입장에서도 이 같은 분할 매각이 생존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인텔 파운드리 경쟁력 저하의 근본 원인은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함께 하는 사업 구조에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인텔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미 정부가 나서 인텔을 TSMC나 다른 미국 기업에 매각해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AI 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반도체 제조의 영광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온 인텔에 재정적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핵심 기술 유출 우려에도 TSMC가 미국과 협력을 논의하는 것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테크 업계에서는 인텔 사업부 매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TSMC가 미국 인텔 공장을 운영하려면 엔지니어 등 수많은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감안하면 미국에 엔지니어를 배치하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인텔 공장을 TSMC 방식에 맞춰 조정하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인수에 대한 반독점 이슈도 넘어야 할 산이다. 브로드컴은 2017년 반도체 기업 퀄컴을 인수하려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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