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헌재는 "8인의 한뜻" 강조하지만, 신뢰도는 계속 하락

太兄 2025. 2. 15. 20:10

헌재는 "8인의 한뜻" 강조하지만, 신뢰도는 계속 하락

증인 채택·선고 일정 '오락가락'

입력 2025.02.15. 01:12업데이트 2025.02.15. 08:13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복형·정계선·정정미·이미선 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정형식·조한창 재판관. /조인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주요 결정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는 사흘 만에 결정을 번복했고,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사건 선고는 선고 예정 당일 연기됐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국민 10명 중 4명은 “헌재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하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3일 만에 증인 채택 뒤집기

헌재는 14일 윤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오는 20일 불러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한 총리는 계엄 관련 국무회의 상황 등을 아는 중요 인물”이라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헌재는 지난 11일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그런데 사흘 만에 결정을 뒤집고 다시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지금처럼 불공정한 심리가 계속되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니, 전체 재판 일정이 흐트러질까 봐 재신청을 받아준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4일 이미 한 차례 증인 신문을 마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다시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홍 전 차장이 계엄 직후 작성했다는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는 이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힌다. 홍 전 차장에 대한 지난 신문 과정에서 양측 공방이 치열했지만, 헌재는 초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3분만 시간을 더 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거절했다. 이후 지난 13일 조태용 국정원장에 대한 증인 신문 과정에서 홍 전 차장 메모의 진위 논란이 일었다. 조 원장은 국정원 내 CCTV와 홍 전 차장 보좌관의 증언 등을 토대로 ‘메모’의 작성 장소와 내용 등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고, 헌재는 평의 끝에 20일 그를 다시 불러 추가로 신문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픽=송윤혜

◇선고 2시간 전, 선고 연기

앞서 헌재는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 심판을 3일 선고하겠다고 했다가 선고 2시간 전에 갑자기 연기를 발표했다. 변론을 한 차례만 하고 선고일을 잡는 등 ‘졸속 재판’ 논란이 일자 부담을 느꼈다는 게 당시 법조계 시각이었다. 헌재는 결국 지난 10일 다시 변론을 열고 재종결을 선언했지만 선고 날짜는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래픽=송윤혜

이런 재판 진행상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헌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0%였다. 지난달(31%)보다 9%p 올랐다. 반면 ‘헌재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57%에서 52%로 다소 줄었다. 한 부장판사는 “불신이 계속 커진다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국민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8명 ‘전원 일치’로 돌파?

헌재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최근 심리 과정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3일 윤 대통령 측이 소송 지휘에 관한 문제 제기를 하자 종이 문서를 들어 보이며 “자꾸 오해를 하시는데, 이게 제가 진행하는 대본인데 내가 쓴 게 아니다. (탄핵심판) TF에서 올라온 거고, (재판관) 여덟 분이 다 이의 제기하지 않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증인에게 직접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 것, 검찰 조서의 증거 채택 여부 등 논란이 되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헌재는 “재판관 만장일치로 의결한 것” “평의를 거쳤다”고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절차적 흠결과 정치 편향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만장일치’를 강조하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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