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추경은 지역화폐보다 첨단산업에 하라

太兄 2025. 2. 14. 17:51

추경은 지역화폐보다 첨단산업에 하라

내수 진작은 소비보다 투자로 지역화폐 등으로 소비 늘려도 성장률 제고 효과는 일회성
경제는 오직 투자로 성장·발전… 지금 필요한 건 첨단산업 투자
중국 딥시크 충격을 보라… 추경은 교육과 R&D에 집중해야

입력 2025.02.14. 00:10업데이트 2025.02.14. 08:03
서울 종로 상가 골목 모습./연합뉴스

경기가 너무 나빠 소상공인과 건설업체들이 견딜 수가 없으니 추경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은 썩 맞는 말이 아니다. 정부가 시기 조정이 가능한 예산의 67%를 상반기에 당겨 집행하고 있으니 17% 정도 추경을 한 셈이다. 추경은 어차피 하반기에 쓸 돈이다.

정부 여당이 추경 통과를 서두르느라고 민생지원금이나 지역사랑상품권 같은 항목을 살려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나랏돈을 쓸 때는 효과가 있나 없나만 따져서는 안 되고 돈을 더 효과적으로 쓸 방법이 없는가도 따져야 한다.

2020년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에 대해서 KDI가 26~36% 소비 증가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는데 과대평가된 것 같다. “나라에서 25만원을 받았으니 평소보다 25만원을 더 써야지” 하고 소비를 늘릴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소비 진작 효과가 의심스럽다. 생기는 대로 다 쓸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의 경우에나 전액 소비 증가로 연결될 터인데 이런 계층에 대한 지원은 이미 나라에서 하고 있다. 상반기 조기 집행으로 빈 만큼 하반기에 예산을 추가하면 된다. 민생지원금을 소득 하위 몇 %까지 줄 것인가 하는 논쟁은 벌일 필요가 없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소비의 장소를 바꿀 뿐 전국 소비의 총량은 거의 같을 것이 확실하다. 내수 진작 효과가 더 떨어진다는 말이다. 지역 화폐를 제일 많이 발행하는 성남시에서는 성남사랑상품권을 “매월 50만원씩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재래시장 등에서 월 50만원을 쓸 사람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많이 쓰는 사람이 더 혜택을 본다는 게 말이 되나? 지역 화폐는 금지해야 한다.

상품권을 살 수 있는 자격에는 제한이 없으니 지역 주민이 아닌 사람이 사서 써 주는 만큼 발행 지역의 소비는 늘어나겠지만 나라 전체로 소비가 늘어난다는 증거는 없다. 10%를 아낀 사람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만큼을 더 써 주지 않는 한 내수 진작 효과가 없는 것은 민생지원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이웃의 소비 수요를 뺏아 올 수라도 있으니 해 볼 만한 짓일 수도 있으나 나라가 여기에 돈을 보태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지역 화폐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은 위헌이다. 헌법에 의하면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깎을 권한만 있고 증액이나 새로운 비목 신설은 행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법으로 행정부에 어떤 항목의 예산안 반영을 의무화하는 위헌적인 법률은 열 번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해 마땅하다.

 

내수 진작은 소비보다 투자로 해야 한다. 소비성 지출이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일회성이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때만 확대 재생산의 선순환 고리가 완성되고 신성장동력이 만들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최저임금의 폭발적 인상, 각종 요금과 가격의 억제, 복지재정지출의 확대 등으로 서민의 구매력을 늘려주면 소비, 투자, 일자리가 차례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말 복지비와 경제개발비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19.9%, 29.6%였는데 문 정부 말에는 38.8%, 15.0%가 되었다. 소비성 지출을 이렇게 늘렸는데도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연결되지 않았다.

경제는 오직 투자에 의해서만 성장하고 발전한다. 이제 우리가 필요로 하는 투자는 첨단 산업 분야이다. 첨단 기술 경쟁 시대에는 건설, 설비 투자보다 교육, 연구·개발(R&D) 투자가 더 중요하다. 앞의 둘은 민간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뒤의 둘은 정부가 더 많은 몫을 책임져야 한다. 교육비의 비율은 조금밖에 줄지 않았지만 초·중등 교육재정의 몫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났고 16년간 대학등록금이 동결된 것을 감안하면 대학교육이 초토화되어 있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딥시크가 전 세계에 준 충격은 눈물겹도록 고맙다. 중국이 교육과 연구·개발에 얼마나 돈을 퍼부었는지, 얼마나 선택과 집중을 했는지, 얼마나 수월성 추구와 무한 경쟁을 허용하는지, 학과별, 개인별로 보수를 얼마나 가차 없이 차등하고 있는지, 젊은이들이 연구, 창업을 할 때 얼마나 치열하게 일에 몰두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뭘 깨달은 바가 있다면 이번 추경에서 최대한 많은 몫을 고등교육, 연구·개발 등 투자에 퍼부어야 할 것이다. 건설 투자와 설비 투자는 규제 개혁이 병행되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명색이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다. 공산주의를 한다는 나라만큼은 해야 할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