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피겨 프린스 차준환·샛별 김채연, 사상 첫 남녀동반 금메달

太兄 2025. 2. 14. 17:39

피겨 프린스 차준환·샛별 김채연, 사상 첫 남녀동반 금메달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피겨 사상 첫 메달
차준환·김채연, 큰 실수 없이 일본 선수에 대역전

입력 2025.02.13. 18:54업데이트 2025.02.14. 10:56
차준환(왼쪽)과 김채연이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새 역사가 만들어졌다. 국제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여 우승을 휩쓸었다.

피겨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 차준환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13일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새로운 간판으로 떠오른 김채연(19·수리고)이 세계 1위 사카모토 가오리(25·일본)에 역전승을 거뒀다. 이후 열린 남자 피겨에서 ‘얼음왕자’ 차준환(24·고려대)도 금메달을 땄다.

13일(현지 시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에 출전한 차준환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뉴시스

◇ 샛별 김채연 사상 첫 국제 종합 무대에서 금메달

이날 김채연은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147.56점(1위)을 받아 전날 쇼트 프로그램 71.88점(2위)과 합산 219.44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나온 역대 세 번째 동계 아시안게임 메달이자 두 번째 금메달이다. 앞서 곽민정(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메달), 최다빈(2017 삿포로 금메달)이 시상대에 선 적이 있다. 함께 출전한 김서영(19·수리고)은 쇼트 프로그램 51.23점(7위)과 프리 스케이팅 99.31점(7위)를 더해 합산 150.54점으로 6위를 기록했다.

김채연은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모든 점프들을 실수 없이 수행해냈고, 음악에 맞춰 유려하게 빙판 위를 미끄러지며 예술적인 표현력도 뽐냈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 이어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종전 개인 최고 기록(139.45점)을 뛰어넘었다. 총점 역시 본인 최고 기록이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 1위에 올랐던 세계 1위이자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사카모토 가오리(25·일본)는 콤비네이션 점프 시도 중 넘어지면서 크게 점수가 깎여 김채연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그의 총점은 211.90점이었다. 세계 4위 요시다 하나(20·일본)도 첫 점프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져 총점 205.20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채연은 생애 처음으로 나선 국제 종합 대회 무대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어요.. 점수가 발표됐을 때 ‘금메달’이라는 말을 듣고도 잘 믿기지 않았거든요. 한편으로는 ‘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따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피겨 김채연이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특히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를 차지하며 “첫 국제 종합대회다보니 너무 떨렸다”고 했던 김채연은 “오늘은 어제보다 덜 떨었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고며 “기획했던 점프들을 깔끔하게 성공해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채연은 세계 1위 사카모토 가오리(일본)를 꺾었다. 김채연은 “솔직히 너무 잘하는 선수여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쯤은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것도 이렇게 큰 대회에서 이기게 돼서 정말 영광스럽고 뜻깊다”고 전했다.

피겨 김채연이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프리스케이팅 당일 입은 금빛 의상 역시 시선을 끌었다. 김채연은 “다른 선수들은 의상실에서 맞춰 입기도 하는데, 저는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신다. 그만큼 옷에 대한 애착이 크다”며 “아무래도 엄마가 만들어준 의상이라서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체험학습을 통해 처음 피겨를 접한 김채연은 남들보다 늦게 스케이트 끈을 맸다. 그럼에도 이토록 빨리 정상급 기량을 갖춘 비결에 대해 그는 “제가 피겨스케이팅을 진짜 좋아한다. 그리고 어차피 하는 거면 ‘후회 없이 하자’고 늘 다짐했다. 그게 가장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에 출전한 김채연이 연기를 마친 뒤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경기 점수 결과 발표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평소 긴장을 잘하는 성격이라는 김채연은 “최대한 티가 안 나도록 노력한다. 막상 음악이 시작되면 연기에 집중하는 편”이라면서 “(연기가 끝난 뒤에는) 링크장도 덥고 긴장감도 있어서 정말 힘들었다. 키스앤크라이존에 앉았을 땐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크게 환호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평소에도 차분한 편이긴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정말 실감이 안 났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조금씩 실감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컨디션 조절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머니가 해주신 반찬을 하얼빈까지 챙겨와서 아침마다 먹었다. 특히 명이나물이 맛있었다”며 웃었다. ‘명이나물이 힘이 됐냐’는 질문에는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맛있게 먹었다”며 웃었다.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에 출전한 김채연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김채연은 “이번 대회 끝나고 바로 귀국해서 토요일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다음 주에 사대륙선수권이 있는데, 여기서 받은 기운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시즌 후반부에는 세계선수권도 중요한 무대다. 아시안게임에서 잘했던 것처럼 더 발전할 부분은 보완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최종 목표’는 단연 올림픽이다. 김채연은 “피겨를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무대가 올림픽이다. ‘선수 생활에서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올림픽 예행연습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무대에 꼭 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피겨 김채연이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차지환 차준환이 태극기를 펼쳐 들고 있다. /뉴스1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를 한마디로 정리해달라는 질문에 김채연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고 좋은 경험인데, 메달까지 따서 더없이 행복하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조금 더 발전하고, 다음에는 지금보다 완성도 높은 ‘나만의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 또 한번 ‘최초’ 기록한 차준환

차준환은 11일과 13일 열린 경기에서 종합점수 281.69점을 받았다. 11일까지 차준환을 9.71점 앞섰던 세계 랭킹 3위 카기야마 유마의 총점은 272.76점. 차준환은 13일 하루 경기로 이 차이를 뒤집은 것이다.

피겨 차준환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차준환의 금메달은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에서 나온 역대 최초 동계 아시안게임 메달이다. 여자 피겨는 2011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곽민정의 동메달, 2017 삿포로 대회 최다빈에 이어 2025 하얼빈에서 김채연이 금메달을 따는 등 성과가 이어져 왔다. 아이스댄스 종목에선 1999 강원 대회에서 양태화-이천군이 동메달을 딴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 남자 피겨는 노메달이었다.

피겨 차준환이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13일 차준환은 안정적이었다. 쇼트 프로그램 직후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준비한 걸 모두 보여주겠다”고 했던 차준환은 강렬한 붉은색 상의를 입고 탱고 음악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에 맞춰 열정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고난도 쿼드러플(4회전) 살코(salchow) 점프를 성공하자 환호가 터졌다. 무릎을 꿇고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연기를 마쳤을 땐 갈채가 밀려들었다. 차준환은 경기 후 “중간 중간 위기가 있었지만 잘 이겨낸 거 같다. 경기에 너무 집중해서 어떻게 될 줄 몰랐는데, 금메달을 따내서 기쁘다”고 했다.

피겨 차준환이 13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입에 물고 있다. /뉴스1

차준환이 걸어온 길 앞에는 늘 ‘최초’라는 단어가 따라 붙었다. 2019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한국 남자 최초로 메달을 딴 데 이어, 2022 4대륙선수권에서 한국 남자 최초 우승, 2023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남자 최초로 메달 획득 등 한국 남자 피겨 역사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차준환은 TV CF·드라마 등에 출연한 아역 배우였다. 연기에 도움 될까 초등학교 2학년 때 피겨 스케이트를 시작했고,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로 성장했다.

함께 출전한 김현겸(19·한광고)은 쇼트 프로그램 때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어 우측 발목 통증으로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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