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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토를 사랑하니까"…두 번의 재해에도 다시 일어선 노토 사람들

太兄 2025. 1. 28. 23:54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토를 사랑하니까"…두 번의 재해에도 다시 일어선 노토 사람들

입력 2025.01.28. 13:00업데이트 2025.01.28. 13:58
 

“지지 않겠다. 나나오 지역이여! 노토 반도 모두 함께 이겨내자”

지난 14일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의 한 휴게소 입구에는 지역의 부흥을 기리는 내용의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같은 내용의 현수막 두어 개가 휴게소 내부 천장에도 걸려 있었다. 이곳 직원 카코씨는 “저 현수막이 뜻하는 건 모두 힘을 합치면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본 노토 반도 나나오 지역의 한 휴게소 앞에 "나나오 지역이여, 지지 않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유재인 기자

이 지역은 지난해 1월 1일,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당시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의 나나오시(市)와 와지마시 등을 포함한 노토(能登)반도 지역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다. 483명이 숨지고 두 명이 실종됐으며, 파손된 가옥은 10만 채에 달한다. 아직까지도 이시카와현 북부에는 지진 여파로 곳곳이 갈라지거나 울퉁불퉁한 도로들이 많다. 현지 통역사 기노시타 씨는 “노토 지진으로 융기된 도로들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념품 가게 직원 오자미 씨는 “지진 때문에 아직도 북부로 가는 길은 위험할 수 있다. 조심하라”고 했다.

나나오에서 아나미즈 역까지 운행하는 가타리베 철도 역무원 우사가미 토모코 씨 또한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아나미즈의 산비탈 마을에 거주하던 그는 지진 발생 당시 집 안에 있던 세탁기 속 물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며 지진을 감지했다고 한다. 집 안에 있는 것이 위험하다 판단한 그는 가족들과 함께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갔고, 멀리서 해안가에 있던 사람들이 쓰나미를 피해 산 위로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우사가미 씨는 “1월 1일 그날부터 닷새 간, 아들과 남편 세 식구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생활했다”며 “지진이 남긴 상흔을 정리하는데 아직까지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강진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인 그해 9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50년만에 가장 많은 비가 온 ‘오쿠노토 호우’ 였다. 지진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와지마시는 하루 최대 강수량이 367mm에 달했다. 지진으로 약해진 지반과 함께 곳곳에서 하천이 범람하며 피해를 키웠다. 이시카와현청에 따르면 오쿠노토 호우로 인한 사망자 수 또한 16명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세웠던 가설 주택도 오쿠노토 호우 당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노토 지진으로 무너진 가옥. /연합뉴스

1년간 두 번의 큰 재해를 겪었지만 이곳 사람들은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우사가미씨는 “여전히 지진 피해자를 위한 가설 주택에 살고, 2년 후면 나가야 해 불안하다”면서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싶어했다. 그는 “내가 나고 자란 지역이고 이 지역을 계속 지키고 싶다”며 “노토를 사랑하니까”라고 답했다. 카코 씨는 “복구는 하나씩 해나갈 수밖에 없어서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안다”고 했다.

정부와 기업, 시민들의 응원 덕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이곳 사람들은 말했다. 나나오 휴게소에서 일하는 사치코씨는 “지난해 5월 황금 연휴때부터 가게 문을 다시 열었지만 개점 직후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어 타격이 컸다”면서도 “사람들이 재해 지역에 많이 와서 소비를 해 주고, 정부에서도 이런 것들을 장려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노토반도 지역 곳곳의 상점들 문앞에는 빨간 하트 모양 표지판이 붙어 있는데, 여기에는 ‘사고(buy) 응원해줘서 고마워’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정부가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의 관광을 독려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라고 한다.

일본 노토 반도 나나오 시의 한 휴게소 앞에 하트 모양으로 된 관광 독려 표지판이 걸려 있다. /유재인 기자

이시카와현은 재해 이후 ‘지진 복구 부흥 추진부’를 신설하고 관련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재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 츠카와 타케요 지진 복구 부흥 추진부 창조적 부흥추진과 주간은 “기존 인구감소 등의 과제에 맞서며 미래지향적이고 이전보다 나은 상태로 가는 것을 창조적 부흥이라 칭했다”며 “단순히 지진 전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은 원래 이시카와현의 어려웠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해 주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현청은 주민들이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철도와 공항, 피해 지역 곳곳에 개선 방안과 복구 현황 등의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게시하고 있다. 이 포스터에는 QR코드가 그려져 있는데, QR을 찍으면 주민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전용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일본 노토 지역 아나미즈 역 표지판에 피카츄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유재인 기자

민간 기업들도 노토 지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애니매이션 ‘피카츄’를 만든 캐릭터 회사는 지진 피해 지역에 사는 아이들의 심리 문제에 집중했다. 노토 지역 곳곳에서 운행되는 일부 열차와 역에는 ‘피카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는 피카츄 회사에서 지진으로 상처받은 어린이들을 위해 지원한 것이라고 한다.

노토 사람들은 자신들을 응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관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나오시 와쿠라 지역 온천업장 ‘노토라쿠’ 대표는 “우리 지역에는 21개의 온천업장이 있는데, 그 중 현재 우리 온천을 포함해 4개의 온천이 복구됐다”며 “더 많은 분들이 관광을 통해 따듯한 마음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무원 우사가미씨는 철도 운행을 마치고 “혼나라네 마타키테쿠다이네 맛똔네(ほんならねまた来てくださいねまとんね)”라고 인사했다. 그녀가 매일 철도에서 내리는 승객들에게 하는 인사로, 노토 지역 사투리로 ‘또 오세요 기다릴게요’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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