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칼럼] 2030세대가 알아버렸다, 거대 야당 민주당이 벌인 일을
"나는 (북·중) 공산당이 싫어요"
"돈 풀어 선심 쓰고 빚은 우리한테"
"방탄 정당, 그게 민주주의라고?"
'계엄'으로 '계몽'됐다는 청년층
이들이 던진 근본적 질문에 민주당은 바른 답 낼 역량 있나
‘뼛속까지 민주당인 전라도 20대 여자가 계엄으로 윤석열을 지지하게 된 이유’라는 유튜브 동영상을 20대 청년 효잉이 올렸다. “또래 2030과 마찬가지로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광주 출신이다 보니 가족들도 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민주당은 약자 편에 서있고 보수는 부자들 편이다 항상 이렇게만 들어왔어요. 그러던 중에 계엄령이 선포된 거죠. 엄마 아빠한테 전화 와서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 했고 덜컥 무서워 눈물이 났어요. 실시간 뉴스를 보면서 정치에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게 됐어요. 예능처럼 재밌는 영상만 골라보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제 유튜브 알고리즘이 뉴스로 도배가 되었어요. 시간 지나니 궁금해지더라고요. 대통령은 대체 뭘 얻으려고 계엄까지 했을까. 배경에 대해 파면 팔수록 와,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거대 야당 민주당의 줄탄핵, 일방적 예산 삭감 등 계엄 이전 정국이 13분짜리 영상에 정리돼 있다. ‘이태원 참사 이용’ 등의 북한 지령을 100건 넘게 받은 민노총 간부 간첩 뉴스에는 “우리가 슬픔에 휘둘려서 누군가의 게임판 위에서 놀아났구나”를 깨달았다고 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하고 싶다”며 제작한 첫 유튜브 영상인데 2주 만에 조회 수가 64만회, 응원 댓글이 1만8000개 넘게 달렸다.
유튜버 ‘라도우파청년’은 ‘20년 넘게 전라도에서 좌파로 살다가 우파로 전향한 이유’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명박 박근혜를 욕하고 비판하면 깨어있는 시민,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독재에 저항하는 멋있는 사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일베충, 이것이 우리 지역의 당연한 분위기였어요. 어느 순간 의문이 들더라고요. 한쪽은 선하기만 하고 한쪽은 악하기만 할까. 반대쪽 의견도 들어보고 판단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이질적이었어요. 20년간 좌파 세뇌 교육을 받고 자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요. 자료를 찾아볼수록 완벽하게 왜곡된 역사를 배웠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진심으로 6·25 때 이승만 대통령이 한강대교 끊고 혼자 도망친 줄 알았어요. 자유민주주의를 가져다준 영웅을 국민 버리고 도망친 파렴치한으로 20년 넘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를 위해 국회를 탄압하고 무장 군인들로 위협해 왕이 되려 했다 믿었습니다. 그분이 없었다면 지금 경부고속도로 자리에 감자밭이 깔려 있었을 텐데.”
12·3 계엄 직후와 여론이 달라진 이유는 반(反)이재명 정서로 보수가 뭉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 축으로는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 층이 4류 정치를 직시하게 됐기 때문이다. 두 젊은이의 동영상에는 “계엄이 계몽이었다”고 풍자하며 2030세대가 유튜브 등 디지털 공간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역사와 정치 이슈를 자율 학습하는 경로가 드러난다.
2030 세대가 정치판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건 2002년의 16대 대선 때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그 ‘2030 노사모’들이 4050이 되어서도 민주당 지지층을 이룬다. 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시대” “굴욕의 역사”라고 했다. 운동권 출신과 좌파 시민 단체를 지지 기반으로 삼으면서 지난 20년간 광범위한 의식화가 진행돼 왔다. 386 운동권 주역들은 정치권에 영입돼 특권 지배 계층이 됐다. 전교조, 민주노총은 거대 정치집단화됐다. ‘반미(反美) 반정부’였던 80년대 운동권 모토는 ‘반일(反日) 반기득권’으로 바뀌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손쉽게 극화되는 반일은 좌파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반기득권의 타깃은 재벌과 보수 언론, 그중에서도 삼성과 조선일보였다. 역사 왜곡,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정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했다. 4050 기성 세대가 되어 자본주의적 삶을 향유하면서도 정서는 체제 저항적인 패션 좌파가 깨어있는 시민으로 여겨졌다. 미전향 장기수 신영복을 존경한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두 보수 대통령을 감옥 보내고 국정 전반과 사법부에 ‘코드 인사’를 심었다.
지금의 2030세대는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좌편향 영화를 보며 자랐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2만달러를 넘던 중진국에 태어나 선진국 도약기에 성장한 청년들이다. 홍콩 공산화에, 무력 침공 없이 선거와 입법을 통해서도 체제가 바뀌는 걸 본 글로벌 세대다. 그래서 북한 간첩, 중국 간첩 다 있는 나라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간첩법 개정에 반대하며, 대표 1인을 위한 방탄 입법을 남발하고, 카톡 가짜 뉴스까지 색출하겠다는 민주당의 비민주적 행태에 반감을 넘어 ‘체제 위기’까지 느끼고 있다. 온라인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인민민주주의 말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좋습니다”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짧게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 길게는 좌파의 역사 왜곡까지,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보다 많은 젊은이가 역사와 정치를 바로보고 합리적 정치의식을 갖게 된다면 이 혼란기도 궁극에는 민주주의 도약기가 되리라고 본다. 2030의 조용한 ‘정치 혁명’에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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