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한국, 20년간 10대 수출품목 그대로… 끓는 냄비 속 개구리"

太兄 2025. 1. 23. 20:05

"한국, 20년간 10대 수출품목 그대로… 끓는 냄비 속 개구리"

'트럼프 2기 정책과 영향력'
맥킨지 한국 사무소 보고서

입력 2025.01.23. 00:31업데이트 2025.01.23. 13:49
그래픽=이철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해 한국의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9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전망이 나왔다. 이 9개 품목은 한국의 전체 수출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22일 맥킨지에 따르면, 맥킨지 한국 사무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트럼프 2기 주요 정책과 한국의 잠재적 영향력’이라는 제목의 내부용 보고서를 만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감축 등의 정책으로 인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9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란 내용이다. 또 맥킨지는 한국이 지난 20여 년 동안 주요 수출품을 다각화하는 데 실패하고, 신성장 기술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냄비 속의 개구리’에 빗대며 “뜨거운 물을 끼얹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탈출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충격으로 수출액 60% 타격

맥킨지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해 한국에서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품목은 반도체, 석유 제품,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제품, 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가전제품 등 9개다.

그래픽=이철원

이 가운데 특히 타격을 받을 품목으로 자동차, 이차전지, 가전제품을 꼽았다. 자동차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사라지고,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맥킨지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의 약 35%가 자동차·부품인데, IRA가 폐지되거나 지원금이 축소되면 2030년까지 이 비율이 2~17%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래픽=이철원

이차전지는 중국에 80~90% 의존하는 배터리 핵심 광물 수급이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가전 업체는 주로 관세가 낮은 멕시코·베트남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베트남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맥킨지는 예상했다.

◇신기술도 변화도 없는 한국, “뜨거운 물 끼얹어야”

맥킨지는 지난 20년간 변화가 없는 한국의 수출 구조도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2005년과 작년,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을 비교하면 컴퓨터가 제외되고, 가전제품이 새로 진입한 것 외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1위였던 반도체는, 2005년에도 1위였고, 2005년 2위였던 자동차는 지난해에도 2위로 순위 변화가 없었다. 2005년 10위권에 있던 석유 제품, 자동차 부품, 선박, 무선통신 기기, 철강판 등은 작년에도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시장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이철원

이렇게 수출 품목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한국이 신성장 기술 분야에서도 갈수록 뒤처지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맥킨지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신성장 무기로 꼽히는 주요 50개 국가 전략기술에서 한국의 총점은 81.7점으로 미국(100점)·유럽연합(92.3점)·중국(86.5점)·일본(85.2점) 등 주요국 중에서 최하위권이었다.

전은조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 파트너는 “10년 전 한국 경제가 ‘냄비 속의 개구리’였다면 이후 한국 경제는 냄비 속 물이 끓기 시작한 상태로 변했는데, 트럼프 2기를 맞이하는 2025년에는 뜨거운 물을 끼얹어서라도 개구리를 한시라도 빨리 탈출시켜야 하는 상태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훈풍을 탄 산업은 미중 관계 역학 변화 속 틈새를 노리고, 어려움에 부닥친 산업은 그동안 미뤄둔 산업 구조를 바꿀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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