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1km 허리케인급 '악마의 바람'… LA 산불 왜 번개처럼 번졌나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최소 5명이 사망했고 임야 등 1만6000에이커(약 64.7㎢)를 태우는 등 최악의 화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A 주민 켄 로빈슨씨는 CNN에 “산불이 번개처럼 빠르게 집어삼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재를 일으키고 확산시킨 주범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내륙의 사막에서 태평양으로 부는 국지성 돌풍인 ‘산타아나 바람’으로 꼽히는데, 적은 강우로 인한 건조한 날씨와 맞물려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 시각) 미 NPR·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산타아나 바람은 따뜻하고 건조하며 빠르게 부는 특성상 작은 불꽃도 제어할 수 없는 큰 불길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산타아나 바람은 일반적으로 가을, 겨울 미국 남서부 사막 지역의 고기압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산맥을 거쳐 태평양 연안의 저기압 지역으로 밀려들면서 발생한다. 이 바람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일반적인 해안 기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산타아나 산맥의 좁은 협곡과 계곡을 통과하면서 기온이 상승하고 습기가 제거되며 풍속이 가속된다. 이렇게 터져 나온 강풍은 거의 허리케인급 속도로 부는 데다가 바람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악마의 바람’으로도 불린다.
산타아나의 가장 큰 특징은 하강풍, 즉 아래쪽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기단은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공기가 가열되며, 이에 따라 습도도 낮아진다. 또 좁은 산길이나 터널을 통과하는 공기나 건물 사이의 바람이 강한 원리와 마찬가지로 이 바람 역시 산맥의 틈새로 빠져나오며 속도가 매우 빨라지는데, 일반적인 산타아나 바람의 최대 풍속은 시속 40~60마일(64~96km), 돌풍은 70마일(112km) 정도다.
캘리포니아산림소방국(CalFire)은 9일까지 시속 96km에 달하는 돌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등급 허리케인의 기준인 시속 119km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마이크 워퍼드 국립기상청 옥스나드 사무소 수석 예보관은 “이번 산타아나 바람은 상층 대기의 강한 바람과 결합되어 일부 지역에서 시속 100마일(161km)에 달하는 돌풍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여름 더위와 적은 강수량 등 현 기상 상황 역시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다. 보통 1월까지 캘리포니아에 자주 내리는 비가 화재의 위험을 막아줬지만, 올겨울은 이 지역이 역사상 가장 건조한 날씨를 기록하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LA 시내에 내린 비는 0.4㎝에 불과했는데 이는 보통 이 지역 평균인 11㎝에 한참 못 미친다.
알렉스 홀 UCLA 기후과학자는 “보통 11월에 첫비가 내려 여름 내내 휴면 상태였던 식물의 갈증을 해소하지만, 올해는 평소와 같은 산타아나 강풍이 불면서도 강수량이 없어 화재 시즌이 10월에서 1월까지 연장됐다”고 했다.
앞서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LA 일대에 강풍으로 인해 번진 산불로 주민 1만여명이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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