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 홍준표의 재승박덕(才勝薄德) -

太兄 2025. 1. 9. 18:52

- 홍준표의 재승박덕(才勝薄德) -

 

한때 '모래시계 검사'로 만인(萬人)의 존경을 받던 이가 현 대구시장 홍준표 씨다. 권력에 굽히지 않고 소신을 다하여 부당한 권력과 부정부패를 향하여 필살의 검을 날리던, 그는 진정한 의미의 검사(檢事)였고, 뛰어난 사법의 수호 검사(劍士)였다.

 

그가 진주의료원 노조를 처리하던 단칼의 궤적은 지금도 통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홍준표 아니면 있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다.

 

홍준표는 무척 해학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유머가 흔치 않은 정계에서 홍준표의 언변엔 웃음이 있다.가짜뉴스 공장장인 김어준도 그의 앞에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홍준표는 탄핵정국을 타개할 유능한 인물인지 모른다. 그의 경륜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올곧은 인생관과 충의로 무장된 국가관은 전과 10범 이재명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리하여 대선 실패 이후에도 국민들은 홍준표를 버리지 않았다. 다시 대구시장직에 오르게 하고 끊임없이 그의 소식과 언어를 전하면서 국민 곁에 남아있게 하고 있다. 그에게 다시 또 어떤 책무를 지우게 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러나 왜 홍준표는 여지껏 여의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왜 승천하지 못하고 경북지역 작은 연못에서 꿈을 꾸는 이무기로 남이있는 것일까.

 

답은 너무 쉬운 곳에 있다. 개인의 재능과 정치적 능력과 상관없이 그에게는 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박덕(薄德) 즉 덕이 얇아보인다는 것이다.

 

덕은 말 그대로 후덕해야 한다. 얇을 것이 아니라 두터워야 한다는 것이니, 홍준표는 사람을 껴안는 후덕스러운 이미지가 아니다. 포용보다는 재주를 앞세우는 거만이 있다. 촐랑거리는 말투가 아니라 진중해야 하고, 언어는 천금처럼 귀하게 써야하는데도, 홍준표에게는 쉅게 내뱉는 경망스러움이 있다.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재승박덕(才勝薄德), 재주가 승하면 덕이 얇다는 것이니, 홍준표에게는 재주 외에 보이는 것이 없다. 잘난 척이 심해 보이는 것은 정치인으로선 아주 큰 흠이다.

 

그런 것도 모르느냐는 듯 한심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잘난 척하는 그의 표정은 결코 좋은 이미지를 주지 않는다.

 

정치인은 위선일지라도 재주를 감추고 덕을 드러내 보이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개차반 인생일지라도 국민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그 간단한 이치를 모르기에, 홍준표는 아직도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로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 탄핵정국으로 애국시민들이 분노에 치를 떨면서 광화문으로, 대통령 관저로 달려가는 형편이다. 이럴 때 덕이 있는 홍준표라면, 민주당의 부당함과 부정선거에 관한 성토를 하고 있어야 한다.

 

김문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어디 김문수뿐만이겠는가. 윤상현은 이를 악물고. 천근의 무게로 탄핵반대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황교안은 더욱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김민전과 나경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를 바쳐 싸우고 있다. 이번 두 개의 특검법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환하게 웃던 김민전을 잊을 수 없다. 만인의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그러나 홍준표는 대권이야기만 꺼내들고 있다. 국민들은 떡 줄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환장하고 있는데, 저는 잔치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주전자는 숙이지 않으면. 물을 따를 수 없다. 주전자의 주둥이가 아래로 숙여져 있는 이치가 보다 더 숙이기 위함이다. 베풀기 위해서는 숙여야 하나, 홍준표는 오히려 고개를 세우고 있다.

 

물을 받고자 한다면, 잔은 주전자보다 밑에 있어야 한다. 표를 받고자 한다면 정치인은 국민 아래에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홍준표란 존재는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있다. 높은 위치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이다.

 

탄핵정국에 애국시민들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자세가 높이 쳐든 잔이라 할 것이다. 대통령 사저 앞에 드러누워 대통령을 지키는 국민들이 우스운 모양이다. 이 절박한 시기에 저 혼자만 대권 욕심을 부린다?

 

국힘당 의원들 대부분은 대통령과 함께 하려들지 않고 있고, 홍준표는 되려 복장을 지르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오세훈이가 깐족거리며 나타나는 것에 환장하고 있는데, 불난 집에 비아냥거리는 짓 하지 말라.

 

나라는 풍전등화인데, 눈에 보이는 것은 대권뿐이다? 꼴보기 싫은 것은 필자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어떤 의인(義人)이 있어 미국 CIA에 홍준표를 신고한 모양이다. 그러지 않아도 애국시민들은 관저 앞에서 눈보라 맞으며 싸우고 있는데, 잘난 척하는 게 정말 보기 싫었다. 재승박덕(才勝薄德)에 식자우환(識字憂患)이다. 모르더라도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 법이다.

 

그러므로 홍준표는 천년을 지나도 이무기일 뿐이다. 남보다 재주가 많은 원숭이 상()이니, 촐랑거리는 것이 그의 천한 인간성이요, 이미지는 얍삽함이 전부라 할 것이다. 참으로 구태스럽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비열한 천성(天性)이 엿보이는 이무기의 말년(末年)이로다.

 

2025. 1. 9.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