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전제로 현수막 단속 나선 선관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의힘 의원을 “내란 공범”이라고 표현한 현수막은 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재명은 안 된다”는 현수막을 거는 것은 불허했다. 선관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안 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이 될 수 있어 금지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254조는 법으로 정한 선거운동 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선거운동기간 위반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 저촉된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을 내란 공범이라고 하는 것은 다음 총선이 4년 후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선관위의 판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 내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을 전제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테니, “이재명은 안 된다”는 표현은 특정 입후보 예정자에 대한 낙선 운동이란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과 이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을 전제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대표에게 유리한 결정이란 비판을 의식했는지 선관위는 “이는 일반 국민이 대선 입후보자로 예상할 수 있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까지를 ‘대선 입후보자’로 ‘예상’할 것인가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선관위가 사전 선거운동 금지의 근거로 제시한 공직선거법은 각 선거의 선거운동 기간을 정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을 입후보 예정자로 예상할 것인지, 선거가 얼마나 임박해야 사전 선거운동이 되는지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 선관위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대선은 얼마 안 남았으니 누구누구에 대한 비판은 사전 선거운동이고, 총선은 많이 남았으니 아니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선관위는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을 책임지는 헌법기관이다. 오로지 법과 규정에 따라 어느 정파로부터도 유불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차기 대선은 2027년 3월에 실시하도록 예정돼 있고 대선 일자를 변경할 사유는 확정된 적이 없다. 그러니 선관위가 대선이 임박했다는 전제로 이 대표에 대한 현수막을 단속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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