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창밖으로 미사일떼 지나가"…공포의 중동 하늘길
중동 상공서 월평균 미사일 162기 지나가
군사 활동 급증했음에도 중동 영공은 개방
지난해 10월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중동 지역을 지나가는 민간 항공 여객기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수많은 항공기가 중동 전쟁터에 우연히 들어가고 있다며 항공안전 평가 기업인 ‘오스프리 항공 솔루션스’(Osprey Flight Solutions‧이하 오스프리)에 따르면 올해 중동 상공을 가로지른 미사일 수가 월평균 162기에 달한다고 전했다.
일반 포탄이나 공격용 드론 등까지 포함하면 중동 상공을 가로지르는 총 발사체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민간 항공기가 실수로 하늘에서 격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한 지난달 1일에는 민간 여객기 탑승자가 창밖으로 ‘미사일떼’가 지나가는 장면을 목격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여객기를 탄 한 여성 승객은 창밖으로 섬광이 보이자 “저건 불꽃놀이인가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여성 승객이 창밖으로 목격한 섬광은 이스라엘로 항햐는 이란의 ‘미사일떼’였다.
WSJ는 “중동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하늘의 일부에서 민간 여객기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며 항공사 측은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지난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0년에는 이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란군의 공격으로 격추돼 탑승자 176명이 전원 숨진 바 있다.
군사 활동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영공은 개방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스프리의 최고정보책임자인 맷 보리(Matt Borie)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이 항공 안보보다 우선시 되고 있다”며 “분쟁 지역에서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조종사협회(ECA)는 일부 항공사가 조종사가 동의하지 않아도 위험한 항로로 비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종사 쿠로시 두셰나스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재앙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을 겪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서 소개된 이란 공격으로 인한 여객기 추락 사고로 동료를 잃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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