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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잘 부탁드려요, 죄송합니다" 문자...'노크 귀순' 탈북민의 16년

太兄 2024. 6. 14. 14:58

"아들 잘 부탁드려요, 죄송합니다" 문자...'노크 귀순' 탈북민의 16년

입력 2024.06.14. 08:09업데이트 2024.06.14. 14:04
2008년 이른바 '노크 귀순'을 한 탈북민 A(45)씨가 지난 3월 투신 시도 후 척추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이랜드복지재단

2008년 이른바 ‘노크 귀순’으로 한국에 온 탈북민 A(45)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도움의 손길로 일상을 회복 중인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2008년 4월 파주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 군의 반응이 없자 직접 초소 문을 두드렸던 ‘노크 귀순’ 사건의 당사자다. 그는 북한군 보위사령부 중위 출신으로, 북한의 엘리트였다. A씨는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해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고, 벨기에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지만 사기를 당해 정착금을 포함한 전 재산을 잃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부부관계도 나빠지면서 아내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7년 출소한 A씨의 삶은 이후에도 녹록지 않았다. 이혼소송을 진행하며 아내와 처가의 빚 2억원가량을 떠안게 됐다.

두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5평 이내의 작은 공간에서 아들과 단둘이 생활했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각종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지만, 빚 독촉을 받으면서 심리적 어려움도 늘어갔다. 파산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신청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정도였다.

올해가 되면서 A씨는 아들과 함께 지낼 작은 공간에서조차 내쫓기게 될 상황에 놓였다. 월세 57만원을 3개월째 내지 못해 집주인으로부터 독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는 근로 도중 허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생계유지가 불가능해지자 A씨는 지난 3월 3일 평소 다녔던 교회의 목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목사님. 아들 잘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목사는 경찰에 신고한 뒤 머릿속에 짚이는 장소로 무작정 뛰어갔다. 목사와 경찰은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온몸이 부서진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층 건물에서 떨어진 탓에 A씨는 척추, 경추, 내장 등이 파열된 상태였다. 조금만 늦었으면 생명을 잃을 뻔한 위급한 상황이었다.

큰 수술을 마친 A씨는 13일 만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기 퇴원한 것이었다. 아들을 하루라도 빨리 보기 위해서였다.

‘SOS위고’ 봉사단 유성순 매니저와 A씨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랜드복지재단

이후 A씨의 사연을 접한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 유성순 현장매니저는 A씨 부자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있도록 발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우선 식료품과 생필품 지원이 급했다. 크게 다친 A씨는 직접 장을 보기도 힘든 상태였고, 빚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에 필요한 금융 거래가 불가능했다. ‘SOS위고’ 봉사단은 평소에도 위기 가정 접수 후 3일 이내에 주거비, 생계비, 치료비, 자립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한다.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담당 매니저가 A씨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현재는 A씨와 아들 앞에 놓인 밀린 월세와 재활 기간 필요한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 중이다.

A씨의 아들이 사고 전 아버지에게 쓴 편지. /이랜드복지재단

A씨의 아들은 판사가 꿈이다.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기 전 아들이 보낸 편지에는 “아빠, 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제가 꿈을 이루면 제일 먼저 아빠를 찾아가 감사하다고 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아빠를 찾아가 감사하다고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들은 “판사가 되면 올바르게 판단하고 무죄는 무죄, 유죄는 유죄라고 판단하며 늘 아빠를 찾아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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