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물고 뜯던 與野가… "팀 달라도 미국 아래 우리는 하나"
[이민석의 US인사이드]
메이저리그 관중 맞먹는 3만명 워싱턴DC 경기장 모여
“우리가 서로 대립하는 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여기선 아닙니다. 우리가 다르다는 걸 알지만 서로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12일 오후 5시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내셔널스파크 야구장. 브래드 웬스트럽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주)이 1루 쪽 더그아웃 근처에서 몸을 풀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를 포함한 미 상·하원 의원들은 이날 의회 연례행사인 민주·공화 친선 야구 대회에 직접 선수로 참가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열린 이날 경기엔 3만여 관중이 찾아 경기장은 빈자리가 없었다. 상당수 도시의 메이저리그 경기장 평균 관중 수를 넘는 규모다. 평소 경제부터 외교·안보 정책까지 전방위에서 충돌하는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이날은 ‘원 팀’을 강조하면서 단합된 모습을 연출했다.
연방의원들이 참가하는 연례 야구 대회는 일반 야구 경기와는 다른 점이 많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지만, 각자 지역구를 대표하는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상징하는 모자를 자유롭게 썼다. 민주당 팀은 통일된 유니폼이 아예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민주당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소속팀 LA다저스나 지역구 카운티 야구팀 유니폼들을 자유롭게 입고 경기에 나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엔 (미국이라는 한 팀으로) 통일돼 있다는 인식 하에 각자 개성을 추구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형식은 민주·공화가 맞붙는 형식이지만, 수만명의 관중은 수시로 ‘USA(미국)’을 연호했다.
양당은 타석에서 타격만 하고 주루 진출은 다른 의원이 해주는 ‘지정 주자’ 제도도 허용하고 있다. 7년 전인 2017년 대회 하루 전날 야구 연습을 하던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괴한의 총에 맞아 부상한 이후부터다. 당시 그의 부상에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야구장으로 몰려와 그의 회복을 기원했었다. 이후 매년 다리가 불편한 스컬리스가 안타를 치면 파울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의원이 1루를 향해 대신 뛰어주고 있다. 공화당 야구팀 관계자는 “의원 간 협력을 중시하기 위한 취지에 민주당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했다.
이날 경기엔 여성 의원들도 야구팀 감독·선수로 뛰었다. 캘리포니아주의 린다 산체스 하원의원은 의회 야구 역사상 최초의 여성 주장을 2년간 맡고 있다. 멕시코계인 산체스 의원은 1981년 LA다저스에서 데뷔해 MLB 최고 투수상인 사이영상을 받았던 멕시코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공화당에서도 여성 캣 캐먹 하원의원 등이 선수로 뛰었다.
민주·공화 양팀은 지난 2월부터 연습을 시작해왔다고 한다. 미 전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워싱턴DC에 머무는 시간이 일주일 중 2~3일밖에 안 된다. 의회가 있는 워싱턴DC를 찾을 때도 각종 청문회와 표결 절차 등으로 외부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양당 의원들은 새벽 4~5시에 일어나 근교 운동장에 모여 투구·타격 연습을 했다.
이날 경기는 31대11로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게임 이후에 승리 트로피를 공화당 측에 직접 넘겨주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회를 주관한 미 의회체육자선기금(CSC)은 이날 입장권 판매 수익과 모금액이 200만달러(약 27억5000만원)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연례 의회 야구 경기가 시작된 1909년 이래 최고치다. 입장권 판매·모금액은 DC 지역의 순직 의회경찰 가족과 청소년 단체, 문화예술 단체 등에 전달된다고 단체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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