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차례 경고에도 통제 안 했다

太兄 2023. 7. 17. 13:59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차례 경고에도 통제 안 했다

지하차도 잠겨 최소 13명 숨져

입력 2023.07.17. 03:13업데이트 2023.07.17. 10:48
 
6만t 물 쏟아져 버스까지… - 15일 오전 8시 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잠기고 있다. 이곳 지하차도는 2~3분 만에 물로 가득 찼다.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당시 지하차도에 있던 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특히 사망자 9명 중 5명은 폭우로 통제된 원래 노선을 우회해 이곳 지하차도를 지나던 급행버스 안에서 발견됐다. /지하차도 CCTV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지난 15일 폭우로 물에 잠겨 최소 13명이 숨졌다. 이 지하차도에는 최소 15대의 차량이 있었기 때문에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져내려 유입된 물이 지하차도를 덮쳤고, 2~3분 만에 지하차도는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였지만,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고 전까지 최소 세 차례의 홍수통제관리소와 주민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차도 통제는 없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15일 오전 8시 40분이었다. 4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4시 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하고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등 기관 76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사고 발생 두 시간 전인 오전 6시 34분에는 금강홍수통제소가 유선으로 청주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통제를 요청했다. 이어 사고 한 시간 전에는 궁평1리 이장을 지낸 장찬교(68)씨가 119에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취지의 신고를 했다고 한다. 119는 이와 같은 사실을 시청에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은 제방 근처에 있는 궁평2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세 차례 경고에도 관계 기관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 궁평2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 40분 범람한 미호강 물로 삽시간에 가득 찼다. 청주의 747번 급행버스는 폭우로 통제된 다른 길을 피해 이곳 지하차도를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9명 중 5명이 버스 안에서 발견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9년 전국의 위험 지하차도 145곳을 세 등급으로 분류하고 ‘호우경보’ 등이 발령되면 통제하도록 했다. 궁평2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는데,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별도의 세부 매뉴얼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 매뉴얼에는 지하차도 중앙이 50㎝ 잠겨야 도로가 통제되도록 돼 있어 사전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당시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 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전국적 상황을 점검 중이었다고 한다. 충북 지사는 괴산댐 월류 현장을 방문 중이었고, 청주 시장은 주택가 침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정부 대응 시스템의 사각(死角)지대에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저녁부터 산이 우우우~ 울어… 새벽녘 10여채 순식간에 덮쳤다”

9명 사망·8명 실종… 예천 산사태

입력 2023.07.17. 03:21업데이트 2023.07.17. 08:23
 
펄밭 같은 폐허 헤치며 실종자 수색 - 산사태로 주민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주택이 무너져 내린 토사에 파묻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됐다. 지난 15일 오후 실종자 수색대원들이 삽과 탐침봉을 들고 땅을 찔러보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찾은 경북 예천군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군 전체가 쑥대밭이 돼 있었다. 흙더미가 파도처럼 쓸려 내려와 주택과 도로를 뒤덮었고, 나무는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 예천군에서는 이날 오후 9시까지 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오전 10시쯤 실종자 수색이 한창이던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흰돌마을. 13가구 3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에서만 산사태로 주민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위쪽 주택 5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래쪽 집들은 흙더미에 뒤덮여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전봇대는 넘어져 전깃줄이 바닥에 닿아 있고, 도로 아스팔트도 군데군데 갈라져 있었다.

119 소방대원과 경찰은 곳곳에 흩어져 탐침봉으로 땅을 찌르며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아래쪽에서는 삽과 장비를 동원해 물길을 내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복구 작업을 벌였다. 수색견 10마리와 드론 5대도 동원됐다. 수색견과 함께 흙더미를 수색하던 한 소방관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릎까지 푹푹 빠졌다. 그는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하면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흙더미 속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안 좋다”고 했다.

주민들은 “산사태가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경로당에서 만난 옆 마을 주민 박진녀(71)씨는 “전날 새벽 ‘산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흰돌마을에 사는 언니가 걱정돼 달려 왔는데 다행히 (언니는) 진흙 속에서 구조됐다”며 “순식간에 허벅지 높이까지 흙이 밀려와 대피했고, 대피할 때도 정강이 높이가 넘는 물줄기가 세차게 내려와서 사람들끼리 서로 붙잡고 내려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저께(14일) 밤부터 산사태가 날 때까지 ‘우우우’ 하고 마치 우는 듯한 소리가 났다”며 “이런 일은 생전 처음 겪는다. 대피하라는 문자가 와도 설마했다”고 했다.

맨손으로라도… - 16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 한 주민이 맨손으로 토사를 퍼내고 있다. /연합뉴스

흰돌마을 주민 A씨는 15일 새벽 산사태 직전 아랫집에 안부를 물으러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튿날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A씨의 아내도 이날 새벽 집에서 잠을 자던 중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평생 이 마을에서 살았다는 임영식(69)씨는 “큰 나무들이 함께 떠밀려오면서 피해가 더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주민 신종분(62)씨는 애지중지 키우던 소 여섯 마리를 한순간에 잃었다. 신씨는 “비가 그치고 남편이 축사에 올라가 봤더니 소들이 코에 피를 쏟으면서 죽어 있었다고 했다”며 “그 아이(소)들은 매일 여물을 주고, 축사 정리도 하면서 사랑으로 키워 자식과도 같았는데...”라며 울먹였다. 주민 김정숙(72)씨는 “평소에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나눠주고, 집에 와서 연통 배관도 갈아주고 하던 이웃들이었는데 실종돼 생사를 모르니 답답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사고 직후 구조된 이모(66)씨는 “흙더미가 문을 틀어막아 꼼짝도 못하고 고립돼 있었다. 밖에선 굉음만 들리고 어떤 상황인지 알 수도 없어 정말 무서웠다”며 “마침 구조대가 창문 쪽으로 출구를 만들어 겨우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폭우로 예천군과 영주·문경시, 봉화군 등 경북 북부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이날 오후 9시까지 경북도 집계를 보면, 인명 피해는 사망 19명, 실종 8명, 부상 17명 등 총 44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중 16명은 산사태와 침수 등으로 토사에 매몰됐고, 나머지 3명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예천군이 9명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았고, 영주시 4명, 봉화군 4명, 문경 2명 등이었다. 실종자 8명도 모두 예천군 주민인데, 3명은 매몰됐고 5명은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