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김만배가 권순일에 李 무죄 부탁” 진술 듣고 5개월 뭉갠 검찰

太兄 2023. 7. 18. 20:58

2022-03-03 20:33:56


“김만배가 권순일에 李 무죄 부탁” 진술 듣고 5개월 뭉갠 검찰

조선일보

입력 2022.03.03 03:22

권순일 전 대법관(왼쪽)과 김만배 화천대유 소유주. /조선일보 DB

대법원에서 이재명 재판의 판결이 뒤집힐 수 있도록 권순일 당시 대법관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장본인인 김만배씨에게서 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씨와 함께 대장동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된 남욱씨가 작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와 존재 이유를 뿌리째 흔드는 내용이다. ‘정영학 녹취록’ 등 당시 김씨가 한 말 중엔 신뢰할 수 없는 내용도 많다. 하지만 다른 발언과 달리 남씨가 진술한 김씨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하는 상당한 근거와 정황 증거가 나온 상태다. 그럼에도 5개월 동안 남씨의 이 중대한 진술은 공개되지 않았고 수사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9차례 대법원을 방문했고 그중 8차례는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당시 김씨의 부동산 개발 회사 화천대유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도한 대장동 사업에 참여해 수천억 원의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 지사 판결은 2020년 7월 16일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그 덕에 이 지사는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이 무죄를 권 대법관이 주도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유무죄 의견이 5대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내 판결을 결정지은 대법관도 바로 그였다.

대법관을 퇴임한 권씨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씨가 판결 문제만이 아니라 대장동 사업의 비용 정산과 수익 배분 방법 등 실무까지 권 대법관과 상의한 내용도 나온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법원에 대한 신뢰 전체가 무너질 판이다. 사법부 위신을 위해 앞장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김명수 대법원장은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법원 수뇌부가 판결에 간섭했다는 이유로 “사법 농단”이라며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 14명을 법정에 세우고 판사 66명을 비위 행위자로 낙인찍었다. 김만배, 권순일 사건이 전 정권에서 벌어졌다면 사법부를 뒤흔드는 거대 사건으로 비화했을 것이다. 이 의혹은 대장동 개발 비리보다 훨씬 중대한 사안이다. 돈 문제가 아니라 국기를 흔드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진술이 나온 뒤 검찰은 작년 12월 권 전 대법관 소환 조사를 끝으로 이 사안에 대해선 수사하는 흉내조차 내지 않고 있다. 무서운 진실을 알기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