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9 21:08:49
“4대강 조사” 보호종도 포획, 물고기 계속 괴롭히는 환경단체
환경청 “고발 검토”
김민정 인턴기자(연세대 중어중문학 4년)
입력 2022.02.19 05:00
“족대질에 피라미 1000마리가 잡혔다. 한곳에 뭉쳐서 겨울잠 자고 있던 모양이다. 꾸구리·묵납자루 같은 보호종을 비롯해 물고기 20여 종을 만났다. 기록만 하고 바로 놔줬다.”
지난 12일 사회적협동조합‘한강’이 남한강 강천보 인근에서‘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을 한다며 멸종 위기종을 포함해 겨울잠을 자던 민물고기 수백 마리를 족대로 잡아 올렸다. 이 사진은 현재 삭제됐다. /염형철 대표 페이스북
한 환경 단체 대표가 지난 12일 한강 강천보(洑) 한시 개방에 대한 ‘4대강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며 민물고기 수백 마리를 포획한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이 단체의 포획 활동으로 동면(冬眠)에 들어간 물고기들이 걸려들었다. 그중엔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분류해 ‘포획 금지 포스터’까지 제작·배포한 ‘꾸구리’도 있었다. 민물고기는 날이 따뜻해지는 3월까지 겨울잠을 자며 향후 성장과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해야 한다. 겨울잠에 든 민물고기를 억지로 깨우면 스트레스를 받아 죽을 수도 있다. 이 단체는 “눈으로만 관찰하라”는 관할 환경청 공식 통보도 어긴 채 물고기를 잡고선 “보람 있었다”는 글까지 남겼다.
18일 한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지난 1월 환경청에 경기 여주 삼합리 일대에서 꾸구리·흰수마자·돌상어 등 멸종 위기종을 잡겠다며 포획 신청서를 냈다. 환경부가 작년 12월부터 3개월간 남한강 물줄기를 모아두는 강천보 수문(水門)을 열어 수위를 1m가량 낮춘 가운데, “보 개방으로 한강 일대 어종이 다양해진 만큼 변화를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환경청은 국립생태원 소속 어류 전문가에게 “꾸구리 등 보호종은 3월까지 동면에 들어가 포획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받고 협동조합 측에 ‘불허’ 통보를 내렸다. 그러면서 “모니터링 활동을 하더라도 물고기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선 안 되며, 눈으로만 관찰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환경청 경고를 무시했다. 염형철 한강 대표는 “눈으로만 봐서는 종을 다 확인하기 어려워 개체 수 확인만 하고 다시 놔줬다”고 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할 단체가 생태계를 위협하는 활동을 벌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족대에 물고기 수백 마리가 잡힌 사진은 현재 페이스북에선 삭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겨울잠 자는 물고기를 잡아 바로 풀어주더라도 포획 행위 자체가 물고기 생명에 큰 위협이 된다”고 말한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겨울이 되면 수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물고기가 돌 밑 등 안전하고 소음이 적은 곳에 몸을 숨기며 에너지를 보존한다”며 “억지로 잠을 깨워 스트레스를 받은 물고기는 향후 산란 등 생리적인 문제를 겪는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무분별한 야생동물 포획은 처음이 아니다. 이 협동조합은 강천보가 개방된 작년 12월부터 수차례 이 일대에서 포획 활동을 했다. 환경 단체와 여당 의원들이 허가 없이 멸종 위기종 물고기를 잡아 인증 샷을 찍고 서식지를 알리는 등 환경을 오히려 해치고 있다는 본지 보도<1월 6일 자 A10면>가 나간 후 “향후 포획 시엔 허가를 받겠다”고 했었다. 이후 절차에 따라 이번에 포획 신청서를 내기는 했지만 당국에서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도 포획 활동을 벌인 것이다. 규정을 대놓고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청의 관리 부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환경 단체가 멸종 위기종을 불법 포획해 버젓이 홍보 활동을 하는 데도 전혀 손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청은 뒤늦게 협동조합 측에 멸종 위기종 불법 포획에 대한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지난 16일 통보했다. 환경청 관계자는 “인력 문제로 매번 현장을 직접 단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확인서를 통해 불법 포획 여부가 밝혀지면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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