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中이 운하 두 입구 통제 가능성" 트럼프가 파나마 압박 나선 이유

太兄 2025. 2. 9. 18:26

"中이 운하 두 입구 통제 가능성" 트럼프가 파나마 압박 나선 이유

[온차이나]
대만해협 유사시 미군의 아태 진출로
中, 8년간 파나마에 50억 달러 이상 투자
"뇌물 공세와 채무 함정으로 운하 통제 의도"

입력 2025.02.09. 00:00업데이트 2025.02.09. 10:36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왼쪽)이 2월2일 파나마시티 대통령궁에 도착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 예고한 대로 파나마에 대한 대공세가 시작됐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2월2일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파나마를 찾아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압박했죠.

물리노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곧바로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 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조기에 탈퇴하겠다고 했습니다. 홍콩 CK 허치슨 홀딩스 자회사가 운영하는 운하 양쪽 입구의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 운영권 연장 계획도 파기하는 걸 검토 중이라고 해요. “운하를 되찾기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한 트럼프의 위협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습니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친중국가가 됐죠.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먼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8년간 돈과 선물 공세로 파나마 주요 가문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국유기업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따냈어요.

파나마 운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사시 대서양 쪽 미 해군이 출동하는 중요한 길목이고, 미국으로 오는 아시아 물동량의 58%가 통과하는 요충지입니다. 이런 곳을 중국이 사실상 통제한다는 위기감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에요. 브라질, 페루 등 다른 중남미 친중국가들에 본보기를 보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017년 수교 이후 친중국가 변신

파나마는 2017년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 재임기에 중국과 급격히 가까워졌어요. 바렐라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직접 베이징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파나마를 찾았죠.

중국은 이후 국유은행을 포함해 광업·통신·물류·건설 등에 걸쳐 40여개 기업이 파나마에 진출했고,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수도 파나마시티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30여개의 장학기금도 만들었어요. 파나마 유력 가문 인사를 중국에 초청해 친중 인맥도 넓혔다고 합니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도 잇달아 따냈어요. 40억 달러가 소요되는 파나마시티~다비드 고속철도(450km), 10억 달러 규모의 가스 화력발전소, 아마도르 반도 유람선 터미널과 중국 대사관 건립, 14억 달러가 들어가는 운하 제4 대교 건설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미군, “항구 등 군사 요충지 확보 나서”

그러나 바렐라 대통령 퇴임 후 상당수 프로젝트가 취소됐어요. 고속철 프로젝트는 이미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투자라는 비판이 나왔고, 아마도르 반도 중국 대사관 건립 계획도 무산됐습니다. 과거 미 해군이 주둔했던 아마도르 반도에 중국 대사관이 들어서는 데 대해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해요. 파나마 운하를 드나드는 미 해군 함정을 감시하는 초소가 될 걸로 본 겁니다.

파나마에서는 중국이 파나마를 ‘채무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어요. 스리랑카가 항구 건설 과정에서 중국에 진 막대한 빚을 갚지 못해 함반토타항 99년 운영권을 넘긴 것처럼 파나마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는 겁니다. 유클리데스 타피아 파나마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중국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그랬듯이 파나마를 채무 함정에 빠뜨려 항구 등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어요.

미국 남부사령부는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계속 추적해왔습니다. 로라 리처드슨 미 남부사령관은 작년 3월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겉으로는 평화적으로 보이지만 유사시 중국군이 심수항과 해킹 시설, 우주 기지 등으로 활용할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어요.

CK 허치슨 홀딩스그룹이 1997년부터 운영한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에 대해서는 그동안 우려가 크지 않았습니다. 홍콩 부호 리카싱이 창업한 이 회사는 홍콩에 근거를 둔 다국적 기업이죠. 하지만 2020년 중국이 보안법 제정을 통해 사실상 홍콩을 통합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중국군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두 항구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거죠.

2018년12월 파나마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당시 파나마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대만 단교 대가로 1억8000만 달러 뇌물”

파나마 운하는 대만해협에서 미중이 충돌했을 때 미 동부 지역 지원군이 아태 지역으로 출동하는 길목입니다. 미국은 중국군이 여러 수단을 이용해 유사시 파나마 운하를 마비시킬 위험이 있다고 봐요. 에반 엘리스 미 육군 전쟁대학 교수는 독일 도이체 벨레 인터뷰에서 “중국이 배를 침몰시키거나 전산망을 교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운하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검은돈으로 파나마 정치권을 매수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어요. 2017년 대만 단교를 결정한 바렐라 전 대통령도 중국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파나마시티 시장과 미주기구(OAS) 대사를 지낸 기예르모 카즈는 최근 콜롬비아 방송 NTN24 인터뷰에서 “발레라 전 대통령이 2017년 대만 단교를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1억4100만 달러의 돈을 받고 그가 운영하는 럼주 제조사가 중국에서 3800만 달러 규모의 럼주 공급 계약을 따냈다”고 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군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한다”며 군사력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트럼프 특유의 과장법으로 가짜 뉴스로 밝혀졌어요. 하지만 트럼프에 비판적인 뉴욕타임스 등도 “트럼프의 거짓말과 상관없이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우려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은 초당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 CK 허치슨 홀딩스 자회사가 운영하는 파나마 운하 발보아항.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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