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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자지구 소유해 개발할 것... 휴양지 '리비에라' 될 수 있다"

太兄 2025. 2. 5. 19:05

트럼프 "가자지구 소유해 개발할 것... 휴양지 '리비에라' 될 수 있다"

입력 2025.02.05. 09:07업데이트 2025.02.05. 16: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백악관 이스트룸에 들어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미국이 직접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관리하고 현재 주민들을 이웃 나라로 강제 이주시킨 뒤 지중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통치해 온 곳이다.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시작된 전쟁은 지난달 휴전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취임 뒤 첫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take over)해 소유(own)할 것”이라며 “가자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Riviera·지중해의 휴양지 밀집 지역)’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 200만명을 인접한 이집트나 요르단으로 강제 이주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어떤 식으로 가자지구를 장악·소유할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필요할 경우 미군을 보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양대 지역인 서안·가자지구를 점령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와 미국의 전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창설해 이스라엘과 평화 공존토록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가 밝힌 구상은 ‘두 국가 해법’과 배치되고, 향후 중동 문제에서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아랍권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휴전 중인 가자지구에 대한 향후 구상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어 “가자지구 주민들이 아름다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이웃 이집트와 요르단으로 재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진행된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격퇴전 때문에 피란 생활을 해오다 휴전과 함께 귀향 중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15개월 동안 진행됐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을 포함해 4만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축출한 뒤 가자지구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주변 아랍 국가는 물론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도 반대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의 발언은 네타냐후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미국이 중동 질서 재편에 강력하게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황폐화시켰기 때문에 미국의 개입과 주민 이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투쟁을 핵심 노선으로 삼는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온건 정치 세력과 갈등하다 2007년 서안지구와 떨어진 가자지구를 장악해 통치해 왔다.

트럼프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지옥 구덩이로 만들었고, 주민들을 형편없이 대했다”며 “또다시 (주민들이 하마스 치하 가자지구로)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100년 동안 그래온 것처럼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험하고 불안정한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며 이주 필요성을 주장했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보내는 것은 이스라엘의 이익과 부합한다.

1월 2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으로 이스라엘의 명령에 따라 남쪽으로 피난 왔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북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주민들을 이주시킨 가자지구를 지중해 휴양지 ‘리비에라’에 빗대며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우리는 가자지구를 개발해 일자리 수천 개를 만들 것이며 중동 전체가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이고, 가자지구의 잠재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지중해 해안을 접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특성을 살려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고 이를 미국이 주도해 국익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트럼프는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기간 소유해야 중동 전체에 큰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개입 기간을 늘리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같은 구상이 ‘두 국가 해법’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트럼프는 “이는 두 국가든, 한 국가든, 어떤 국가와도 무관한 일”이라며 “(제대로 된) 삶을 살 기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삶의 질 개선’을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가자지구

트럼프는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도 이스라엘 총리였던 네타냐후와 밀착했던 만큼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원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밝힌 가자지구 구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는 평가 속에 불확실한 중동 정세를 혼돈 속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중동의 지정학적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구상이 현실화될지도 미지수다. 아랍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의 기자회견 직후 외교부 명의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유대인) 재정착, 영토 합병, 팔레스타인인 퇴거를 통한 팔레스타인인 권리 침해에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 없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발언도 포함됐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중동 외교의 두 축으로 삼고 궁극적으로 두 나라의 국교 수립을 중재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는데, 한 축인 사우디가 즉각 반발한 것이다.

트럼프가 이주 지역으로 거론한 이집트와 요르단은 물론 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아랍 국가들도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에 반대하는 점, 개인을 다른 국가로 강제 추방하거나 이주시키는 것을 금지한 제네바 협약 등 국제법상 문제도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유세 때부터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대외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주장했던 트럼프가 중동 문제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노벨평화상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정에 대한 자신의 기여를 강조하며 “난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그들은 절대 나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