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려 하랴 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인조 병자호란 때 끝까지 싸우자는 주장을 했던 상소문을 올린 것이
빌미가 되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면서 참담한 심정을 읊었던 김상헌의 유명한 시다
고향이 안동 풍산 소산이며 호는 청음 본은 안동김씨이며
소산마을 입구 정자가 있는 삼구정에는 김상헌의 시비가 서 있다
병자호란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잡혀갔다 돌아 왔는지 아직도 (호로자식)과 (환향년)
이란 욕지거리로 남아 있어 아픈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먼나라로 잡혀 간 것도 억울한데 살아 돌아왔다고 손가락질 받고 욕까지 얻어 먹으며 멸시를
당했으니 얼마나 애통 하였을까 ?
최근 계엄령 사태로 군장성들과 경찰수뇌부가 구속되는 초라한 모습을 보니
청나라로 끌려가는 김상헌의 심정을 나타내는 시가 생각이 난다
권력의 힘이 빠지니 경찰 검찰 공수처 조사기관 들이 서로가 그들의 수장들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먹이를 사냥하는 하이애나처럼 경쟁하듯 다투며 난리를 치고 있다
한 때는 권좌를 에워싸고 서로가 읍소하면서 충성을 맹세했고 명령에 복종했던 추상같은 상관이 아니었던가?
삭막하고 냉혹한 세상이고 정말 시절이 하 수상하다
윤석열은 조사도 받기 전에 내란수괴와 내란 우두머리라고 규정짓고 압수수색에다 체포하겠다고 용산경호실과 대치하고 있다
요즈음 같으면 한 십년만 더 젊었다면 이 땅을 떠나 자연이 어우러지는 바닷가나 인적없는 한적한 산기슭에서 몇 년 동안이라도 남은 생을 살다가 하직하면 원이 없을 것 같다
할 일이 없는 노인들은 눈만 뜨면 소용돌이 치는 난국에 벌어지고 있는 온갖 뉴스에 스트레스 받고
정치권에는 서로 물고 뜯는 아수라장을 종일토록 듣고 봐야하니 장님이나 귀먹어리가 아니고 서야 도저히 벗어날 도리가 없다
언제부터 인지 늘그막에 들어와서는 풍경소리와 목탁소리 울리는 고즈넉한 산사에서 세상사 온갖 번뇌 잊고 해탈하며 불자의 길을 택한 스님들의 삶이 부러워 진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고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누구나 덧없는 인생일 뿐인데 ᆢ
걱정도 근심도 다 벗어 버리고 남은 여생이라도 성냥곽 같은 아파트와 회색빛 도심을 벗어나 뿌리없는
부평초 같이 물결따라 정처없이 흘러가는 삶이 되었으면 ᆢ
동지섣달 긴긴 밤
이른 새벽녘에서
그대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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