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기술 개발 소식 하루 만에 러브콜”… 거세지는 中의 반도체 인력 빼가기

太兄 2025. 1. 21. 18:57

“기술 개발 소식 하루 만에 러브콜”… 거세지는 中의 반도체 인력 빼가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어 韓 장비사·스타트업으로 대상 확대
“빗발치는 핵심 엔지니어 영입 제안에 골머리”
이직 알선 브로커 판치고 핵심 기술 유출 시도 이어져
반도체협회 “더 강력한 처벌과 입법 필요”

입력 2025.01.21. 06:00업데이트 2025.01.21. 06:17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생산라인./SK하이닉스 제공

“새로 개발한 기술 보도자료가 나간 지 하루도 안 돼서 핵심 엔지니어들한테 영입 제안이 온다. 상황이 심각해졌다고 생각한다. 핵심 인력을 잡아두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인력에 대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영입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기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 메모리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부상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반도체 장비사 등 영입 타깃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반도체 장비사의 한 임원은 “최근 들어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자료 발표에 대해 신중해지고 있으며, 사내 직원 보안과 인력 유출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관리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사례를 언급하며 “기술을 발표한 이후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핵심 담당자에게 영입 제안이 오는 등 이미 많은 내부 정보가 대외적으로 유출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인재 유출 시도가 가장 도드라진다. 최근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모(67)씨와 공정설계실장 오모(61)씨는 삼성전자가 개발비 4조원을 투입한 국가 핵심기술을 부정 사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 인력의 중국 이직을 알선한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 규모만 4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지난 19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의 혐의로 중국계 회사 운영자 A(55)씨와 설계팀장 B(43)씨 등 2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A씨가 운영한 회사 등 법인 3곳과 회사 직원 등 관련자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의 국내 계열사 사장인 A씨는 B씨 등과 공모해 2021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이자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세정장비 챔버부 설계도, 이송로봇 도면 등을 부정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정공정 레시피(세정장비를 구동하는 세부 절차와 방법을 정리한 문서)를 활용해 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있다.

이처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보상 체계 재편 등으로 ‘집토끼’를 지키겠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 내부적으로 퇴사자 및 전직 임원을 통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회사 규정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퇴사한 직원에 대한 취업제한 서약서와 모니터링 등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다만 대기업들은 초과이익성과급 주식보상제도를 일반 직원에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대안 모색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IP(지식재산권), 테스트 등의 분야 기업들은 핵심 인력을 붙잡을 수단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방어하기 어렵게 되자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산업스파이 관련 법안이나 기술 유출에 대한 법과 기준이 느슨하다는 점”이라며 “이미 상당 부분의 핵심 기술이 유출된 상황에서 더 큰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련 기사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맞아 한국 기업들이 신경망처리장치(NPU)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으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