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년간 민주당 지지 2.5배 늘린 美 주류 매체들, 이유는? [송의달 LIVE]
미국 좌파 진영의 '기관지' 된 뉴욕타임스(NYT) 등 엘리트 매체들 [미디어 프리즘]
미국 최고의 엘리트 신문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의 친(親)민주당·친(親)좌파 성향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올해 11월 5일 미국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이들의 편향성이 노골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저격 사건을 다룬 2024년 7월 14일자 두 신문의 A1면에는 ‘성조기(星條旗)가 잘린’ 연단 위의 평범한 트럼프 일행 사진이 실렸다. 에번 부치 AP통신 기자가 찍은 ‘세기의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자사(自社) 사진 기자가 촬영한 이미지를 썼다고 해도, 약속이나 한 듯 트럼프에게 도움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편집이었다.
◇공화당 깎아내리고 민주당 감싸는 NYT
하루 뒤인 7월 15일 월요일자 A1면 머릿기사의 제목은 ‘바이든, 정치 폭력을 비난하다(Biden Condemns Violence·NYT)’, ‘트럼프 집회 총기 발사자의 동기 불확실(Trump Rally Shooter’s Motive Unclear·WP)’이었다. 이번에는 바이든과 암살 혐의자를 주어(主語)로 삼아 민주당 진영을 배려(配慮)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이와 관련해 2024년 7월 15일 트위터에 “기성 언론(legacy media)은 완전한 선전 기계이다. 엑스(X·옛 트위터)는 국민들의 목소리이다”는 메시지와 함께 저격 사건을 다룬 주요 매체들의 초기 기사 화면을 모은 이미지를 올렸다. WP와 ABC, NBC, CNN, 뉴스위크 등은 제목에서 ‘암살 시도’ ‘총격’ ‘습격당했다’는 표현 조차 쓰지 않았다.
중립 성향의 보통 시민들도 초기 장면을 보면 암살 시도임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주류 매체들이 억지로 정치 편향적인 제작을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들 매체의 행태를 비판한 머스크의 엑스(X) 게시물은 이틀 만에 60만 개 이상의 ‘좋아요’와 2만 4000개의 댓글이 붙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트럼프 뽑으면 안 된다’ 社說을 5개면 걸쳐 실어
이런 정치적 편향성은 NYT가 매주 일요일자에 발행하는 ‘선데이 오피니언(Sunday Opinion)’이란 12쪽짜리 오피니언 칼럼 섹션에서 더욱 확연하다. 매주 NYT 일요일자는 사설과 모든 사내·외 칼럼을 A면 아닌 선데이 오피니언 섹션에 싣고 있다.
올해 7월 14일자 NYT ‘선데이 오피니언’에 실린 7개의 국내 정치 칼럼 가운데 공화당이나 트럼프를 중립적으로라도 다룬 칼럼은 전무(全無)했다. 대신 모두 민주당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그(트럼프)는 리더십 테스트에서 실패하고 미국을 배신했다. 유권자들은 11월에 그를 반드시 거부해야 한다. 트럼프는 국가 지도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1면 제목을 시작으로 6면부터 9면까지 4개면에 걸쳐 광고없이 전면 사설(社說)을 실은 것은 압권(壓卷)이었다. 3면부터 5면까지 메인 칼럼은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2기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2.0의 가능한 4개 시나리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악명(惡名)을 자초하다” 같은 반(反)트럼프·반(反)공화당 일색이었다.
◇親민주당 일색인 12쪽 오피니언 섹션
민주당을 다룬 칼럼은 “여성 대통령? 대타협” “바이든의 시간과의 경주(race)” 같은 식으로 우호적이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내용이었다. 이런 모습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고 있다. 7월 7일자 NYT 선데이 오피니언 1면은 트럼프 사진과 판결봉을 합성한 큰 사진과 함께 “(트럼프가 3명의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을 임명해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무법(無法·lawless)의 대통령제를 만들었다”는 전면 칼럼을 실었다.
10~11면에는 바이든 후보를 대체할 수 있는 6명의 새로운 인물들의 강점과 약점을 6명의 사내 오피니언 칼럼니스트가 한명씩 맡아 소개하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64년동안 민주당 후보만 지지한 NYT
7월 15일자 사설(社說) 옆 오피니언면(A19)에는 강경 좌파 성향의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주) 연방상원의원의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Joe Biden for President)”라는 제목의 바이든 찬양 칼럼을 실었다. 거의 모든 칼럼과 사설들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를 뽑으면 안 된다. 그를 낙선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NYT는 민주당의 기관지이다”고 말해도 반박하기 힘들 정도로 정파적 편향성이 심각하고 노골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NYT는 미국 대통령 선거 때마다 회사 차원의 후보 지지 선언(political endorsement)을 하는데,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공화당 후보를 마지막으로 이후 64년 동안 한 번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이변(異變)이 없는 한, 올해도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것이 확실하다.
NYT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에 맞서 출마해 자기 고향 미네소타주와 워싱턴DC에서만 승리해 확보한 선거인단 기준 525명 대 13명으로 20세기 미국 대통령 사상 최다 격차로 패배한 월터 먼데일(민주당)까지 지지 선언할 정도로 맹목적인 민주당 추종 성향을 보였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2023년 12월 기사에서 “미국인들이 많이 보는 최상위 20개 뉴스 매체의 2016~2022년 24만 2000개의 기사(記事)와 최상위 시청 방송사 6개사의 2009~2022년 39만 7000개의 프라임타임 방송물을 분석한 결과”라며 이렇게 밝혔다.
“20개 뉴스 매체 중 17개가 민주당 친화적인 용어와 표현, 논조를 구사했고, 6개 방송사 가운데는 폭스뉴스를 제외한 5개가 친(親)민주당이었다. ‘친민주당 논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더 강화돼 NYT, WP, CNN, MSNBC 등의 친민주당 지수(指數)는 2017~2022년 5년 동안 2.0~2.5배 각각 증가했다.”
◇객관성 무시하고 ‘트럼프 때리기’ 한 주류 매체들
미국 엘리트 주류 미디어들의 반(反)공화당-친(親)민주당 논조는 2015년 6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 선언을 계기로 폭발했다. 이들은 트럼프를 ‘비정상적인 인물’로 단정하면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인 ‘객관성(objectivity)’ 포기 선언까지 했다. 짐 루텐버그(Jim Rutenberg) NYT 미디어 칼럼니스트는 “트럼프에게 우리가 언론의 정상적인 기준들(normal standards)을 적용할 수 있을까.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출마로 저널리즘이 지켜온 균형은 깨졌고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기명 칼럼에서 밝혔다.
공화당의 기존 정치인들에게 적용해온 잣대와 문제의식으로 트럼프를 취재해선 안 되며, 객관성을 희생해서라도 그를 가혹(苛酷)하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NYT는 대선 후보 트럼프의 발언과 행태를 ‘거짓말(lie)’이라는 단어로 비판하는 기사와 제목을 연속 게재했다. 미국 주류 언론이 대통령 후보의 대선 유세 중 언행에 대해 정색하고 ‘거짓말’이라 보도하는 경우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미국 전문가이자 전문 번역가인 홍지수씨는 저서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의 정체>에서 “미국 주류 언론이 대중 기만무기(Weapons of Mass Deception·WMD)로 전락했다. 미국 주류 언론의 반(反)트럼프 보도가 한국 주류 언론에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국에서 확대·재생산됐다”고 밝혔다.
미국 주류 언론의 반(反)공화당·반(反)트럼프 논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더 심해졌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쇼렌스타인 센터’가 트럼프 취임후 첫 100일동안 NYT, WSJ, WP 등 10개 주류 신문·방송 매체의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 폭스뉴스 1개를 제외한 9개사가 트럼프 정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했고 전체 보도 내용의 80%가 부정적이었다.
◇상업적 성공 도취...한쪽만 대변하는 ‘정파지’ 돼
이는 취임 후 첫 100일동안은 백악관과 언론이 밀월(蜜月) 관계를 유지해온 불문율(不文律)을 깬 행태로, 트럼프 백악관과 주류 매체간의 ‘미디어 전쟁’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재임 기간 중 CNN과 NYT를 각각 251회, 241회씩 ‘가짜 뉴스(fake news)’라며 비난했는데, 이것이 최소한 근거없는 일방적인 공격은 아니었던 셈이다.
NYT, WP, CNN 등은 어떤 이유로 무엇 때문에 정치 편향 보도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걸까? 이완수 동서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는 이에 대해 “확실하게 좌파 진영의 매체, 즉 정파지(政派紙)가 되는 게 NYT 같은 주류 매체들에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안겨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11월 당시 NYT의 유료 구독자는 250만명(신문과 온라인 합계) 정도였으나 그의 임기말인 2020년 12월에는 760만명을 넘어 4년 만에 510만명 순증(純增)했다. 특히 트럼프 백악관과 첨예하게 대립한 2019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2년 동안 NYT의 디지털 유료 가입자 순수 증가 인원은 324만 2000명에 달했다.
이는 세계 미디어 기업을 통틀어 유일무이한 기록으로, 언론 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트럼프 효과(Trump Bump)’라고 부른다. NYT는 확실한 반(反)트럼프·친(親)민주당 매체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많은 네버 트럼프(Never Trump) 독자들을 끌여들여 디지털 뉴스와 상품의 유료화, 즉 디지털 전환을 안착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세계 최고(最高) 레거시 미디어에 걸맞는 포용력(Inclusiveness)과 객관성(Objectivity)은 잃어버렸다.
◇한국 언론·지식인, 미국 주류 매체 의존 벗어나야
이재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뉴욕타임스는 분명 고급스런 매체이지만 정치 기사가 리버럴(liberal), 좌파쪽으로 편향돼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은 미국 주류 미디어에 대한 환상과 과도한 의존증(依存症)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류 매체에 난 기사와 칼럼을 맹목적으로 신봉했다가는 미국 정치·사회를 오독(誤讀)할 위험성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치·사회의 양극화를 더 증폭시키는 주류 엘리트 매체 보도를 무조건 따랐다가는 한국 언론도 의도와 달리 한쪽 진영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류 엘리트 매체들의 편향성에 실망한 미국인들의 미디어 신뢰도는 기록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업 갤럽(Gallup)은 “미국인 가운데 ‘미국 미디어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1997년 55%였으나 2023년 32%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대로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2023년에 39%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응답자를 이념 성향별로 분석해 보면, 2023년 기준 민주당 성향층의 미국 미디어 신뢰도는 58%인 반면, 공화당 성향층의 신뢰도는 11%, 무당파(independent)층의 신뢰도는 29%였다.
◇공화당 지지 성향 미국인의 11%만 언론 믿어
주류 미디어들을 민주당 지지층은 10명 중 6명이 믿는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10명중 1명만 신뢰한다는 사실은, 이들 매체들이 민주당 진영의 기관지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방증(傍證)이다.
지나친 편향성은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넘어 미디어 자체의 약화와 침체를 낳고 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사로 꼽혔던 공영 라디오방송 NPR(National Public Radio)의 경우, 보수 성향 청취자는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스스로를 ‘매우 또는 어느 정도 리버럴(좌파)’이라 답하는 청취자가 67%에 달한다. 이로 인해 2017년 1120만명이던 NPR의 매주(每週) 평균 청취자는 2022년 827만명으로 5년 만에 300만명 가까이 줄었다.
미국의 주류 미디어 가운데 눈에 띠는 보수·우파 매체는 케이블방송 시청률 1위인 폭스뉴스(Fox News) 정도 뿐이다. 폭스 뉴스의 평균 시청자 수(197만9000명·2024년 4월 기준)는 2위와 3위 케이블방송사인 MSNBC(125만4000명)와 CNN(62만4000명)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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