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99년 만의 우주쇼
나이아가라 폭포 100만 모일 듯… 동물원도 들썩
“8일은 정말 특별한 날입니다. 주변이 전부 까맣게 변할 예정이거든요. 잊지 마세요. 절대 맨눈으로 보면 안 됩니다.” 미국 뉴욕시 당국이 보낸 메일을 받자 개기일식(皆旣日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실감이 났다.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있어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리는 현상을 뜻한다. 미 대륙에선 2017년 이후 7년 만, 뉴욕의 경우 99년 만의 개기일식이다. 역시 개기일식이 발생하는 오하이오주(州)의 경우 218년 만이라고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미 대륙에서 발생할 다음 개기일식은 20년 뒤인 2044년 8월로 예정돼 있다.
7년 전엔 미 서부 오리건주에서 시작해 아이다호·와이오밍·조지아 등 비교적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에서 개기일식이 발생했다. 이번엔 다르다. 8일 오후 2시쯤 멕시코 해변 마을 마자틀란부터 일식이 시작돼 댈러스·인디애나폴리스·뉴욕 등 미국 대도시를 포함한 13주(州)에 ‘달의 그림자’가 드리울 예정이다. 개기일식이 지나가는 지역에 사는 사람만 3200만명으로, 2017년(1200만명)에 비해 훨씬 많다.
달이 태양을 전부 가리는 개기일식은 지역별로 1~4분 정도 지속될 전망이다. 개기일식 발생 지역의 숙소 중 상당수가 매진되는 등 수많은 미국인이 ‘우주 쇼’를 관람하겠다며 흥분하고 있다. 요즘 뉴욕 일대의 마트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눈을 다치지 않고 개기일식을 보기 위한 색안경일 정도다. 숙박·렌터카 및 온갖 파티와 소품 판매 등이 유발하는 소비 진작 등 경제 효과가 총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는 텍사스대의 분석까지 나왔다. 개기일식이 발생하는 인디애나폴리스의 경우 2012년 수퍼볼(미 프로 풋볼 결승전) 개최 때의 7배가 넘는 약 50만명의 여행객이 몰려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흥분 가운데 개기일식을 기다리는 시민과 달리 안전을 챙겨야 하는 경찰과 지방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인파가 몰린 가운데 개기일식으로 암흑이 덮치면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접경지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 부근에선 1979년 이후 처음으로 개기일식이 관측될 전망인데 아름다운 폭포와 개기일식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보려고 최대 100만명의 관광객이 모일 전망이다. 이에 따른 교통 체증과 안전사고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 등이 예상되자 온타리오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계 근무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시민이 개기일식을 처음 보는 뉴욕의 경우 이미 17개월 전부터 안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왔다.
교도소의 경우 대낮에 갑자기 닥칠 어둠을 틈타 탈옥·폭동 등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뉴욕주에 따르면 오후 2시 이후 총 23개 교정 시설이 약 1분3 0초~3분 30초 동안 어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교도소가 이날 면회를 금지하고 재소자들을 감방 안에만 머물도록 하자 일부 재소자들이 반발해 소송을 내고 ‘개기일식을 볼 권리’를 주장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뉴욕 우드본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 여섯 명은 “개기일식 관람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종교적 의례”라고 주장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들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결국 승소했고, 개기일식을 볼 수 있게 됐다.
한편 동물 연구가들 또한 개기일식 때 발생하는 동물의 이상행동을 관찰하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7년 개기일식 당시 새·벌레들은 활동을 갑자기 중단했고 홍학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둥글게 모였다. 기린은 울타리를 향해 질주하고 갈라파고스 거북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짝짓기를 했다. 동물마다 개기일식에 각각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동물학자들이 풀고 싶어하는 수수께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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