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집처럼 꾸며놓고” 여자와 술판... 국정원 전략硏 604호선 무슨 일이

太兄 2023. 7. 25. 18:10

2022-09-03 19:56:36


“집처럼 꾸며놓고” 여자와 술판... 국정원 전략硏 604호선 무슨 일이

서훈 원장때 연구원 간부로 특채… 1년간 전략연 604호 개인 사용

입력 2022.09.03 03:00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 기관에 고위 간부로 특채된 이후 건물 일부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면서 여성을 불러들여 술까지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내부 인사들에 따르면, 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A씨는 연구원 소유의 서울 강남 도곡동 소재 건물 일부 호실을 약 1년 동안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CCTV에 찍힌 여성 -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관리하는 서울 강남 도곡동 빌딩 사무실에 한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입하는 모습이 CCTV 화면에 잡혔다(왼쪽 사진).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인 전략연 간부가 사무실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며 여성을 불러 술자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른쪽 사진은 다른 옷차림의 여성이 같은 사무실로 향하는 모습. /독자 제공

A씨는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일했으며 2017년 8월 서훈 전 국정원장 당시 전략연 고위 간부로 특채됐다. A씨는 행정실장 겸 행정부원장을 지내다 지난 6월 연구원을 떠났다. 행정실장은 그간 국정원 출신 인사가 주로 맡아 연구원 내부 살림을 챙기는 자리였다. 연구원 관계자는 “A씨는 노무현 재단과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별다른 경력도 없었고 우리 연구원 업무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낙하산 인사였다”고 전했다.

연구원 인사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년간 전략연이 관리하는 건물 604호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604호에 수천만원이 들어간 인테리어 공사를 했고 이후 그곳에서 야간 술 파티가 수시로 열렸다”며 “낯선 여성이 늦은 시간대와 이른 새벽 수시로 연구원 건물에 출입하는 모습이 CCTV 화면에 잡히니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직원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경비원을 비롯한 연구원 직원들 몇몇은 604호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A씨가 외부 여성과 술자리를 가졌을 당시엔 코로나 방역 지침으로 3명 이상 모임이 금지됐을 때였다”며 “604호를 아예 가정집처럼 꾸며 놓고 외부 인사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A씨와 알고 지낸 인사는 “604호에 A씨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실제 거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A씨는 604호를 출입한 여성과 관련해 “아는 후배”라고 주변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A씨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문제가 불거지자 다른 매체에 “코로나 상황에서 수익 사업을 더 잘하려고 사무실을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해 모델하우스처럼 꾸몄다”면서 “개인적으로 계약해서 사용했던 사적 공간이고 사용 기간에 해당하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사비로 정산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들에게 휴게 공간으로 쓰라고 했지만, 잘 쓰지 않아 내가 썼다”며 “손님이 승용차를 가져온 경우에는 (건물) 관리실에 ‘내 손님’이라고 확인해준 건 맞다”고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민간 사단법인이지만 국가정보원이 예산을 지원하고 국정원 요청 연구를 수행하는 사실상 국정원 산하 기관이다. 전략연 연구진은 일반 박사급 학자뿐 아니라 전직 국정원 인사들과 고위급 탈북자들로 구성돼 있다. 북한 외교관이나 북한군 고위급 출신 탈북민이 10여 명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연구진은 제한된 범위지만 국정원 내부 자료도 참고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경우 행정부원장까지 지냈지만 국정원 업무나 북한, 안보 관련 전문성은 조금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과 노무현 재단 근무 경력이 있으며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행정 사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유럽연합(EU)에 특사를 파견할 당시 특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당시 문 캠프에 있던 인사는 “전문가들이 모이는 회의를 할 때 A씨가 주로 연락을 맡았다”며 “일 처리가 깔끔하고 태도가 싹싹해 캠프 전문가들이 좋은 평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나 연구원 일부 직원들은 A씨가 연구원 재직 당시 ‘갑질’ 행태를 보였다는 증언도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급이 낮은 행정직원한테 거친 말을 하거나 기물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며 “휴일에도 직원들을 출근시켜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이 있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전략연의 비정상적 실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국정원 최고위급 간부는 자신의 비서와 지역 지인을 각각 연구원 책임연구위원과 수석연구위원으로 임명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경력직 연구원의 경우 국정원 또는 일반 국가공무원 경력자에 한해 임명하는 것이 원칙이었다”며 “개인 비서 출신이 경력직으로 채용된 건 처음 있는 사례로 안다”고 했다.

올해 초에는 남녀 연구원이 사무실에서 술 마시다 흉기를 들고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술을 마신 남성 연구원이 여성 연구원을 찔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다툰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강 해이가 갈 데까지 갔다는 내부 탄식이 나온다”며 “국책연구소 연구실에서 술을 마시고 칼부림하는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실력으로 정상 채용된 박사들이 연구원에서 벌어진 황당한 상황을 지켜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A씨가 연구원 일부를 사적으로 이용할 당시 전략연 원장은 친문재인 학자로 꼽히는 김기정 전 연세대 교수였다. 김 전 교수는 7월 원장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김 전 원장은 본지에 “임기 중 벌어진 일이지만 604호 관련 얘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A씨가 문재인 정부 실세와 가깝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에 원장도 그에게 함부로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