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법관대표회의, '재판 독립·공정' 안건 상정... '李 판결' 논의는 제외

太兄 2025. 5. 20. 19:42

법관대표회의, '재판 독립·공정' 안건 상정... '李 판결' 논의는 제외

대법원의 李 파기환송 문제 삼으려다 안건서 제외
"대법원 판결에 의견 표명 부적절"
26일 사법연수원서 임시회의 개최

입력 2025.05.20. 16:41업데이트 2025.05.20. 18:14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시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26일 임시회의에서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안건’ 두 가지를 논의한다.

당초 이번 회의는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추진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을 문제 삼는 내용은 사실상 정식 안건에서 제외됐다.

대신 민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법부에 대한 공격과 재판의 독립·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우려를 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안건이 조정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작년 4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상반기 정기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법관대표회의는 오는 26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의결할 안건을 두 가지로 추렸다고 20일 밝혔다.

첫 번째는 재판 독립 훼손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다. 회의 측은 “재판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태의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며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대법원 판결 이후 민주당의 법 개정·법관 탄핵 시도 등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다. 회의 측은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의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이는 최근 민주당이 이 후보의 처벌 근거를 삭제하고자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재판 중단을 위해 형사소송법까지 손보려는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이명원 기자

당초 법관 대표들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신속 판결한 것이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것인지 등을 논하기 위해 임시회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법관 다수가 이에 반발했고, 결국 해당 내용은 정식 안건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측은 “논란이 된 대법원의 이 후보 판결과 관련해 개별 재판과 절차 진행의 당부에 관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다고 봤다”며 “회의 소집 여부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최대한 종합해 안건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판 독립, 법관의 민주적 책임성과 같은 가치를 되새기고, 현 상황을 깊이 성찰하고 우려하면서 사법 신뢰와 재판 독립 일반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는 의장 직권 또는 법관 대표 5분의 1 이상(26명)의 요구가 있을 때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회의가 열리면 안건에 대해 선언적 의결이 가능하다. 법관 대표 126명은 지난 8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투표했지만, “의견 수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요청에 9일 오전 10시로 투표 기한을 늦췄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도 정족수인 ‘5분의 1 이상(26명)’을 충족하지 못하다가 겨우 26명을 채워 개최가 결정됐다고 한다.

약 70명의 법관 대표가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법관 대표들이 “민주당의 사법권 침해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내, 재판 독립 관련 안건이 뒤늦게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회의는 구성원의 과반수가 참석 시 열리고, 개별 안건에 대해선 출석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할 수 있다. 의결이 이뤄진 안건은 전국 판사들의 공식 입장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