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가 120원" 현실 알고 하는 말인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유세에서 “경제란 돈이 도는 것”이라면서 지론인 ‘호텔 경제론’을 다시 꺼냈다. 관광객이 호텔을 예약하고 예약금 10만원을 보내면, 호텔 주인이 이 돈으로 식품 가게 외상값을 갚고, 식품 가게 주인이 통닭을 사 먹고, 통닭 가게 주인이 신발 값 외상을 갚고, 신발 가게 주인이 빵을 사먹는 식으로 순환해 호텔로 10만원이 돌아온다면서 “여행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해 가도 돈이 돌았다. 이게 경제”라고 했다.
이 후보는 돈을 풀면 연쇄적인 소득·소비 증가를 촉발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이른바 승수(乘數)효과를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 돈을 찍어낼 수 없는 호텔은 예약 취소분만큼 손해를 본다. 예약 취소가 반복되면 호텔은 망할 것이다. 돈이 돈다고 해도 경제 주체들은 소득 증가분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정부가 나눠 준 긴급 지원금 중 소비에 쓰인 것은 약 30%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 후보는 또 경기 지사 시절 불법 계곡 영업을 하던 상인들을 설득한 일을 거론하면서 “커피 한 잔 원가가 120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커피 값 중 원두 재료 비율만도 약 20%에 이른다. 여기에 임차료·인건비와 각종 부대 경비를 더하면 원가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카페 주인들이 “우리가 20배 폭리를 취한다는 말이냐”고 화낼 만하다.
이 후보의 경제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그의 주장대로 돈을 풀어 돌게 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도 경제 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다. 원가 120원짜리 커피를 8000원~1만원에 팔 수 있다면 지금 벌어지는 자영업 영업난은 무어란 말인가.
이 후보는 감세, 부동산 부양 같은 보수 정부의 경제정책을 ‘가짜 성장’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진짜 성장’을 이루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차가 말을 끄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후유증을 남긴 문재인 정부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 후보 자신의 잘못된 경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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