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이언돔처럼…산불 난 곳에 소화 캡슐 쏴 불 끈다
AI 활용해 불씨 감지하고, 소화 캡슐 정확히 투하해 불길 잡아

“산불 진화는 전장에서 적을 물리치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하고,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마치 날아오는 적군 미사일을 쏘아 맞히는 방어 시스템처럼 산불이 난 곳에 소화 캡슐을 쏴 화재를 진압하는 산불 진화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 비치볼 크기의 소화 캡슐엔 물 또는 친환경 난연(難燃)제가 10갤런(약 37L) 들어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파이어돔(FireDome)’의 가디 벤야미니 대표는 지난 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파이어돔 본사에서 WEEKLY BIZ와 만나 산불 진화를 이처럼 전쟁터에 비유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산불을 진화하는 파이어돔은 이미 개발 단계에서 미국·이스라엘·독일 투자자로부터 300만달러(약 40억원)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다. 지난달 경상도 지역 초대형 산불로 국가 차원의 산불 대응 체계를 재점검하자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이어돔의 화재 대응 능력을 들어봤다.

◇산불 진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파이어돔은 어떤 기술인가.
“파이어돔은 AI를 기반으로 한 산불 진화 시스템이다. 카메라로 불씨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소화 캡슐을 발사해 화재를 막는다. AI로 풍향, 온도, 습도 같은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궤도로 캡슐을 투하할 수 있다. 산불 진화 작업을 전쟁에 비유해 보자. 소방 헬기가 공군, 소방관이 보병이라면 파이어돔은 원거리에서 적을 제압하는 포병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언제, 어떻게 개발했나.
“나는 14년 동안 이스라엘방위군(IDF) 정보부대에서 복무했다. 전역 후에도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의 발생 빈도가 점점 늘고 있는데, 화재 감지 기술에 비해 실제로 불을 끌 수 있는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난해 1월 한 기후 스타트업 행사에서 기술 전문가 아디 포메란츠를 만나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산불을 요격하는 파이어돔
−파이어돔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있나.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모두 생명을 빚지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 ‘아이언돔(Iron Dome)’을 모델로 만들었다. 아이언돔이 적의 미사일을 탐지한 후 궤도를 계산해 요격하는 것처럼, 파이어돔은 카메라와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산불을 감지하고 불씨에 소화 캡슐을 발사해 산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한다. 실제로 개발 과정에 ‘아이언돔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핀차스 융만이 기술 고문으로 참여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나.
“소화 캡슐이 장착된 고정 발사대를 농경지·발전소·민가 등 보호 부지에 설치하면, 첫 번째 화재 경보가 울렸을 때 부지 주변에 캡슐이 발사돼 일종의 ‘방화 경계선’이 만들어진다. 불이 지면을 타고 번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공중에서 날리는 불씨가 바람을 타고 부지 안으로 들어올 위험이 있다. 그래서 부지에 설치된 카메라가 불씨를 포착하면, 발사대에서 다시 캡슐을 쏘아 이를 소멸시킨다. 이때 발사 각도와 탄도 궤적은 풍향, 온도, 습도 등 AI가 수집하는 실시간 정보에 따라 자동 조정된다. 아이언돔이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해 도시 전체를 보호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캡슐이 바닥나면 어떻게 하나.
“파이어돔 발사대 1기는 최대 100에이커(약 12만평) 범위를 보호할 수 있고, 3000개의 캡슐을 장착할 수 있다. 산불이 일주일 동안 지속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양이다.”
−기존 소방 체계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나.
“산불 진화에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기상 조건과 지형이다. 강풍이 불면 헬기 투입이 어렵고, 산악 지형에는 소방차 접근도 쉽지 않다. 최근 캘리포니아 내파밸리의 한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 드넓은 포도밭 사이로 좁은 길 하나만 나 있어 대규모 장비나 인력이 투입되기 어려워 보였다. 파이어돔은 현장에 미리 설치돼 있기 때문에, 인력 투입 없이도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파이어돔이 설치된 구역은 자동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방 당국이 보다 시급한 지역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내년 미국에서부터 상용화
−상용화는 언제쯤 되나.
“내년 초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은 매년 대형 산불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예컨대 올해 초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팰리세이드 산불의 경우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이다. 미국 의회 산하 합동경제위원회(JEC)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연간 경제 손실은 4000억~9000억달러에 달한다. 물론 호주나 유럽, 아시아 국가 등 어느 곳에서든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 이미 브라질, 칠레 등 산불 피해가 심각한 국가와도 협력 논의를 하고 있다.”
−파이어돔이 지향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산불 문제의 본질은 결국 기후 위기다. 기후 위기로 인해 산불은 앞으로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발생할 것이다. 산불이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고, 이는 다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 또 다른 산불을 유발한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불씨가 번지기 전에 숲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파이어돔의 궁극적 목표다.”
'시사 일반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제(時祭)와 여자력(女子力) - (0) | 2025.04.19 |
---|---|
미중 관세 전쟁, 바다로 번졌다 (0) | 2025.04.19 |
美 백악관 "코로나는 中 실험실에서 누출" 주장 담은 홈페이지 공개 (0) | 2025.04.19 |
드론 100대, 하늘에서 우수수...英, 고출력 전파무기 시험 성공 (0) | 2025.04.19 |
이재명, ‘방첩사·검찰·감사원’, ‘국가기관 제거 작전’ (0) | 2025.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