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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해고" 현실이 된 트럼프 TV쇼… 공무원 10만명 집으로

太兄 2025. 2. 21. 16:22

"넌 해고" 현실이 된 트럼프 TV쇼… 공무원 10만명 집으로

취임 한 달 새 대규모 퇴직·휴직

입력 2025.02.21. 00:52업데이트 2025.02.21. 13:0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 출연해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로 화제가 됐던 리얼리티쇼 '견습생'을 표지로 다룬 2004년 뉴스위크지. /뉴스위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여 만에 연방 공무원 240만명 중 4%인 10만여 명을 해고하거나 강제 퇴직·휴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미 언론은 트럼프 정부가 추가 해고를 예고한 공무원들까지 합하면 전체 규모가 수십만 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가 2000년대에 출연한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견습생)’에서 쓴 유행어 “유아 파이어드(You’re fired·당신 해고야)!”를 이번엔 공무원들에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당시 오디션 참가자들의 사업 능력을 평가하고 한 명씩 탈락시키면서 “유아 파이어드”를 외치는 모습으로 유명해졌다.

그래픽=양진경

기업가 출신 트럼프가 공무원 조직에 구조 조정 칼날을 들이대며 정부 예산 절감과 효율화를 꾀하는 동시에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블룸버그는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수습 직원(probationary staffers) 500여 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칩스법(반도체법) 관련 업무와 관련된 부서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테크 업계에선 “곧 폐지되거나 축소될 프로그램의 최하층 인력부터 정리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2022년 8월 미국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약 75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칩스법이 발효된 후, 전임인 조 바이든 정부는 NIST에 ‘칩스 프로그램 오피스(CPO)’와 ‘칩스 연구 개발 오피스(CRDO)’를 신설해 보조금 신청서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실무를 맡겼다. 보도에 따르면 CPO의 인력 5분의 3이, CRDO의 인력 3분의 2가 해고될 전망이다. 이 밖에 AI 규제 정책을 연구하는 ‘미국 AI 안전연구소’ 직원들도 감축 대상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해고 물결이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표 ‘칩스법’을 재검토하고, 인공지능(AI) 정책 기조를 ‘규제’에서 ‘육성’으로 바꾸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분석했다. ‘칩스법’을 통해 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로 했던 한국 반도체 업계는 비상이다. 이미 확정된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가운데, 그간 실무를 담당했던 인력까지 대거 해고되며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보조금을 재검토한다는 (트럼프의) 말이 빈말이 아니고, 실제로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했다.

지난달 취임한 트럼프는 약 36조달러에 이르는 연방 부채를 줄이겠다며 정부 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방 정부가 비대해지고 부패했다는 명분이지만, 대부분 전임 정부의 주요 정책을 추진했던 부서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이념이 연관된 프로젝트에서 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자기의 정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을 ‘딥 스테이트(deep state·그림자 정부)’라고 부르며 집권 후 청산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후, 부정선거 음모론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엘런 와인트라우브 연방선거관리위 위원장에게 해고 통보 서한을 보냈다. 와인트라우브 위원장은 “독립 기관인 선관위원장을 대통령이 해고할 권한이 없다”고 반발하며 계속 근무 중이다. 이 밖에 트럼프는 자신을 수사했던 잭 스미스 특별검사팀 직원 12명, 연방 기관 감찰관 17명을 해고하는 등 반대 세력을 축출하고 있다.

 

구조 조정을 주도하는 곳은 트럼프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수장을 맡은 정부효율부(DOGE)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정부효율부를 통해 전체 연방 공무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약 3%인 7만5000여 명이 신청했지만 목표치인 5~10%에 미치지 못하자 트럼프는 추가 해고를 예고한 상태다.

19일 AP는 미국 국세청(IRS)이 미 전역에서 7000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곳에서도 고용 보호가 되지 않는 수습 직원들이 주 희생자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내무부·에너지부·농무부 등에서 공무원 9500여 명이 해고됐으며, 근속 1년 미만 수습이 다수 포함됐다. 일부 직원은 녹화 영상으로 해고 통보를 받는가 하면 “30분 안에 건물에서 나가라”는 지시를 받은 직원도 있었다. 머스크가 이달 초 폐쇄를 주도한 해외 원조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는 직원 약 1만명 중 97% 이상이 해고되거나 강제 휴직에 들어가 현재 규모가 290여 명으로 대폭 축소됐다고 전해졌다.

밑도 끝도 없이 일단 해고부터 하다 보니, 필수 직원을 해고했다가 철회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정부효율부는 핵무기를 관리·개발하는 국가핵안보국(NNSA) 직원 300여 명을 해고했는데, 이후 핵무기를 관리·감독하는 민감한 핵 업무 담당자 상당수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효율부는 20여 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의 해고 조치를 번복하려 했지만 일부는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최근 미 전역에서 항공기 추락 및 충돌 사고가 잦아지고 있는데 연방항공청의 항법 보조 담당 직원들이 해고된 것도 논란이다. 또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미국 계란 값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농무부 산하 조류인플루엔자 대응 인력도 25%가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임의적이고 비인간적인 해고 조치로 연방 조직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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