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광주형 일자리, 예정된 비극

太兄 2025. 2. 10. 16:51

[기자의 시각] 광주형 일자리, 예정된 비극

입력 2025.02.10. 00:08
지난 1월 10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광주글로벌모터스 지회 파업선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1호 상생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파업 여부는 산업, 노동계의 큰 관심사였다. 이 회사는 노사민정이 ‘저임금, 무파업’을 일정 기간 지속하기로 협정을 맺은 새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약속 이행 여부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 짓는 핵심 잣대였다.

그러나 회사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파업했고 결국 약속은 깨졌다. 올해 갈등이 봉합된다 해도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예정된 실패다. 애초부터 저임금과 무파업은 양립하기 어려웠지만, 기획자인 문재인 정부는 상생형 일자리 같은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이를 포장하기 바빴다. 더욱이 ‘노사민정 대타협’에서 노(勞)의 주체는 한국노총이었다. 민주노총은 GGM 설립에 반대해 협정에서 빠졌다. 회사 설립 후 민주노총 노조가 들어서고 파업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당시에도 제기됐고, 결국 이 우려는 현실화됐다.

현재 이 실패에 대한 짐은 낮은 임금을 받는 평균 나이 31세 직원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GGM 주주단은 “파업이 계속 이어지면 투자 회수와 사업장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고, 지역 사회에선 “세금으로 임금을 보전해 줬더니 파업으로 갚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GGM 태동이 결정된 2018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였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2017년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당시 여권은 GGM을 일자리 부족, 노사 갈등, 지역 균형 발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사한 답안으로 여겼다. 현대차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결국 선거를 2주가량 앞둔 2018년 6월 1일 문재인 정부는 현대차로부터 GGM 관련 투자 의향서를 받았다. 한 인사는 이를 두고 “정부가 현대차의 팔을 비튼 것”이라고 표현했다.

겉으로 드러난 GGM의 성과는 적지 않다.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 1종만 위탁 생산하면서도 2023년 기준 매출 1065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의 대표적 이익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22%로 세계 선두 업체 테슬라를 앞선다.

그러나 신생 기업이 이 정도 실적이 가능했던 건 현대차와의 기울어진 수익 배분 계약 때문이다. 차량 1대를 팔 때, 현대차보다 GGM이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GGM의 목줄을 현대차가 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GGM에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GGM 직원 근속 연수가 올라가면 임금 상승 압력은 점차 커질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파업 등을 감내할 이유는 없다. 언제든 대체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GGM 직원들에게 놓인 선택지는 현 체제를 감내하고 일하는 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걸 상생형 일자리라고 말하는 건 너무 거창하고 무책임한 표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