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 번꼴 재판 불려다닌 사이… 반도체도 스마트폰도 휘청
사법 족쇄 '삼성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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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긴 시간이 지났다.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등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이 회장 변호인단은 이같이 밝혔다. 작년 2월 1심에 이어 이날 2심(항소심)까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사실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였다. 이로써 이 회장은 2016년 국정 농단 사건 이후 9년간 시달려왔던 ‘사법 리스크’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게 됐다. 그간 이 회장은 두 차례 구속돼 560일 수감 생활을 했고, 재판에만 185차례 출석했다.
그사이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의 세계적 위상과 기술력은 경쟁 기업과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 회장뿐 아니라 최지성 부회장, 김종중 사장 등 삼성의 수뇌부가 모두 재판정에 서게 되면서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중요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의 고비에서도 실기(失期)했다고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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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한 번꼴로 재판 출석
이번 분식 회계 사건의 재판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총 113차례 진행됐다. 이 회장은 이 가운데 90%가 넘는 102회에 출석했다. 2주당 한 번꼴이다. 삼성 관계자는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과 같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석했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해외 일정은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일부는 포기했다. 일례로 이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설 명절에는 해외 사업장을 돌며 사업을 점검했는데, 이번 설 연휴에는 재판 일정 때문에 해외로 나가지 못했다.
재계에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가 출범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국내 행정부 역시 공백 상태인 민감한 시기에, 강력한 글로벌 인맥을 가진 이 회장의 해외 활동에 제약이 생긴 것이 ‘국가적 손실’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16년에도 당시 당선인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IT 기업인을 부르는 ‘테크 서밋’에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이 회장을 초청했는데, 당시 특검팀은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이었지만 법무부에 출국 금지를 요청해 참석하지 못했다.
글로벌 비즈니스계에서의 위상도 많은 손상을 입었다. 이 회장은 2018년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의 상임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에는 미 경제 주간지 포천(Fortune)이 그를 ‘비즈니스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85위로 꼽으면서, 스캔들을 상당한 분량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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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과 본격 경쟁 나서야 할 때”
검찰 수사가 9년째 삼성을 ‘사법 리스크’에 붙잡아두는 동안 대만 TSMC, 미국 애플 등 외국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급격히 성장했지만, 삼성은 뒷걸음질쳤다. 구체적으로 삼성이 세계 1위를 달렸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SK하이닉스에 우위를 내줬고, 미래 먹거리로 꼽았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는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당초 30%대에서 이젠 50%대로 크게 벌어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2위 애플과 3%포인트 이상 격차를 꾸준히 유지해왔던 점유율은 최근 1%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
삼성이 이 같은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짤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불거졌던 부정적 여론이 다시 일까 봐 이조차 재건하지 못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 걱정을 떨치고 본격적인 해외 네트워킹과 미래 투자로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에선 검찰의 상고 여부를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상고를 해 대법원 재판까지 이어진다면, 이 회장은 10년 넘게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고 삼성의 미래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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