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대북 확성기가 '외환죄'라니, 북 도발 억제책 포기인가

太兄 2025. 1. 11. 17:21

대북 확성기가 '외환죄'라니, 북 도발 억제책 포기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5.01.11. 00:25
 
10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가운데)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유상범(오른쪽) 국민의힘 간사, 박범계(왼쪽) 더불어민주당 간사 등은 숙려기간 20일을 경과하지 않은 내란 특검법(윤석열 정부의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상정에 대해 대화했다. /이덕훈 기자

야(野) 6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특검법을 9일 발의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유도하려고 한 혐의’가 있다며 외환(外患) 혐의를 추가했다. 특검 수사 대상에 추가된 내용을 보면 ‘해외 분쟁 지역 파병, 대북 확성기 가동, 대북 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 풍선 원점 타격,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북한의 공격 유도 등’을 나열해 놓았다. 대부분 증거 없는 추측 차원이기도 하지만, 우리 군의 정상적 활동까지 외환 행위로 싸잡아 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한다’, ‘오물 풍선’ 등의 메모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메모가 개인의 생각일 뿐 군에 실제 공유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무인기 평양 침투를 지시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오물 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계엄을 위해 북의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것과 그런 정치적 행위와 상관없는 군의 정상적인 활동은 구분해야 한다. 북한이 무인기로 서울 하늘을 휘젓고 오물 풍선을 대량으로 날려 보내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만히 있다면 북의 도발 의지를 더 키우게 될 것은 명백한 일이다. 우리 군도 모든 대응책을 고려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군대도 아니다.

 

특히 대북 확성기 가동과 대북 전단 살포 등을 외환 혐의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핵, 미사일 등 각종 도발을 하는 북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대북 확성기와 대북 전단이다. 북한 주민이 진실을 알게 되면 김정은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북 확성기 가동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 손발을 다 묶으면 김정은이 제일 좋아할 것이다.

민주당은 ‘해외 분쟁 지역 파병’도 ‘외환’이라고 한다. 그런 파병이란 있지도 않다. 아마도 북한군이 파병된 우크라이나에 군 전황분석팀을 보낼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가리키는 것 같다. 이는 파병이 아니다. 북한군이 대규모로 파병된 상황에서 우리가 현지에서 그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는다면 그게 정부이고 군대인가. 만약 민주당이 집권하면 그 중대한 안보 상황에 분석팀도 보내지 않을 건가.

정상적 군 활동에 외환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면 군이 정상적인 훈련과 대북 심리전 수단을 기피하고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이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외환 혐의 추가는 철회하는 것이 옳다. 물론 수사 과정에서 분명한 단초가 드러난다면 별개의 문제다. 그때 수사를 확대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