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안 시설까지 포화, 장례 문화 완전히 바뀌어야
전국에 있는 봉안 시설 대부분이 90% 가까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그곳에 있는 유골마저 15~45년으로 제한돼 있는 봉안 기간이 끝나가면서 대규모 유골 이장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전통적 매장 문화를 따랐으나 1990년대 중반 ‘전 국토의 묘지화’ 우려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면서 봉안 시설을 갖춘 추모 공원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곳에 안치했던 유골들이 대략 30년 안팎으로 책정돼 있던 기한이 최근 한꺼번에 닥치자 이른바 ‘조상님들의 대이사’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전자 정부 누리집에 올려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장사 시설은 616곳으로 등재돼 있다. 공설·사설을 망라해서 추모 공원과 종교 시설, 그리고 그곳에 마련된 봉안당을 헤아린 숫자다. 지난해 국내 사망자는 35만3000명이었는데, 올해 6월엔 사망자 중 93.6%가 화장 장례를 했다. 이제 화장이 보편적 장사 문화로 자리 잡긴 했지만 해마다 고인 30여 만 명을 새롭게 봉안 시설에 모셔야 하는 것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탓에 부모의 유골을 돌려받은 자식들은 본인 역시 이미 많은 나이에 이르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 유골을 집마당에 묻었다’ ‘전혀 연고가 없는 타 지역 납골당에 보냈다’ ‘고향 땅에 뿌렸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봉안 시설 측도 난감하다고 하소연한다. 모신 지 15년쯤 지나면 추모객의 발길이 끊기기도 하고, 만기가 될 때쯤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유족도 많지만, 그렇다고 유골을 함부로 자체 처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여러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봉안당이나 수목장처럼 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모시지 말고, 화장한 유해를 산·바다 등에 뿌리고 표지를 두지 않는 산분장(散粉葬)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습적으로 해오던 해양장(海洋葬)은 이미 12년 전에 관련 부처가 해양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지난해 말 자연장 범위를 수목장에서 해양장까지 확대하는 장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처음부터 가족 봉안을 계획하거나 이웃끼리 합장 봉안을 할 수 있고, 유골 보관 기간 30여 년이 지나면 지하 공동 매장지로 이장할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 고인을 기리는 디지털 추모 공간을 활성화해도 된다. 과거 매장장에서 화장장으로 바뀐 것처럼 지금은 제2 장례 문화로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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