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일반상식

안녕, 마코토 !

太兄 2024. 7. 25. 18:54

안녕, 마코토 !

 

마코토.

늦봄이 한창일 무렵 트롯 한일가왕전이 끝나고,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한여름 장마철입니다. 창밖으로 내리는 가혹한 빗줄기를 보면서, 오늘은 한일가왕전에서 보았던 마코토를 위해 글을 씁니다.

 

내가 아는 한, 마코토는 노래의 감성이 가장 한국적인 가수였습니다. 재일교포 3세라는 핏줄이 감성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코토의 노래는 무척 친근하게 들렸습니다. 장윤정의 '약속'을 부를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마코토는 그 어려운 한국어 발음을 완벽하게 해내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에 자그나마 한국적인 여백이 엿보였습니다. 끊고 맺으며 이어가는 호흡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여백이었습니다.

 

바다의 수평선에서 노닐다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청아한 목소리가 일본가수들의 특징이라면, 마코토는 목소리를 가슴 밑으로 감출 줄 아는 유일한 일본가수였습니다.

 

특히 한국어로 노래부를 때, 이즈마 아키의 한국노래와는 다른 점이 보이더군요. 그건 아키의 천재성과는 다른, 피나는 노력의 산물로 보였습니다.

 

마코토.

앞으로 노래를 눌러 '바다 밑 깊은 심연'에 닿도록 노력해 보세요. 그리고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다 하늘 높이 솟구쳐 보세요.

 

마코토.

일본가수와 한국가수가 다른 점이 뭔지 아세요. 한국가수들은 목소리의 영역이 크고 넓습니다. 바다 밑, 수평선, 하늘, 3단계지요. 그러나 일본가수들은 수평선과 하늘, 두 단계로 끝납니다.

 

그리고 한국가수들은 노래에 스토리를 넣지요. 가사의 내용을 따라 감성의 기승전결을 배치합니다. 낮고 작게 시작하다가 수평선처럼 잔잔해지고, 소리를 수면 아래로 누르다가 다시 또 솟구치고 폭발하기도 합니다. 청중들은 그 감성의 스토리에 따라 흘러가며 울고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가수들 노래를 들으면 완성된 느낌을 받습니다. 노래 한 곡 잘 들었다는 만족을 느끼지요. 그러나 일본가수들의 노래는 듣고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남습니다. 아주 듣기좋고 기량도 출중하고 잘하는데도 남는 허전함은, 노래의 진폭이 두 단계로 끝나버리고 마는 까닭일 겁니다. 이 점이 노래의 완성도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우타고코로 리에는 그걸 절제라고 표현하더군요. 맞습니다. 그러나 절제보다 차원 높은 '가라앉힘'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의 깊이'라고 한답니다. 박혜신이나 별사랑의 노래에서 깨달았으면 합니다.

 

마코토.

나는 이번 한일가왕전에서 처음 일본노래와 일본가수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나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이로 인해 한일 양국 국민들은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칭송해야할 업적일 겁니다. 그리하여 곧 가까운 시기에 그동안 양국 사이에 쌓였던 감정의 국경이 허물어질 것이라 예측합니다. 아마 마코토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마코토는 착하니까요.

 

마코토.

이번 한일가왕전에서 마코토는 많은 것을 배웠을 줄 압니다.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노래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마코토는 그럴 분입니다.

 

마코토.

한일가왕전 마지막 무대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나츠코의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나츠코를 연호하자, 그 모습을 부럽게 바라보던 마코토가 한 말을 기억합니다.

 

"나도 나츠코처럼 불러줬으면 좋겠다.“

 

마코토는 나츠코를 부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마코토를 찾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모두 마코토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눈에 띄는 꽃만 꽃일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게 울 밑에서 열정을 기르는 꽃은 더욱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마코토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기르는 순수입니다. 그러니 나츠코를 부러워 마세요.

마코토는 이제 판소리를 한번 배워보세요. '한의 깊이'를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김다현은 판소리창을 기본으로, 트롯을 향해 나아가는 전도양양한 어린가수입니다. 김다현은 마코토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겁니다.

 

마코토.

오늘은 늦은 오후, 다시 창밖을 보아도 비가 내립니다. 모든 것이 빗속에 갇혀있습니다. 모처럼 비가 가둔 이 아늑한 공간 속에서 마코토에게 안녕을 전합니다.

 

부디 행복하세요.

"안녕, 마코토 !“

 

 

2024. 7. 15.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