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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자녀 공제 5000만원→5억 늘린다... 28년 만의 개편안

太兄 2024. 7. 25. 18:52

상속세 자녀 공제 5000만원→5억 늘린다... 28년 만의 개편안

정부 세법 개정안 발표… 최고세율 50%→40% 낮추고 최저세율 적용 구간도 확대
밸류업 기업 법인세 인하 등 4조3000억원대 감세안… 거대 야당 장악한 국회 문턱 넘지 못하면 공염불
집값 상승에 종부세 완화안은 빠져... 유산취득세 개편안도 "준비 안 됐다"

입력 2024.07.25. 16:00업데이트 2024.07.25. 17:24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통상 10억원인 상속세 공제 한도가 1997년부터 28년째 유지되면서, 서울의 평균 매매가 아파트 한 채만 상속받아도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뉴스1

정부가 내년 1월 상속분부터 상속세를 매기기 위한 자녀 공제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고 최저세율인 10%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상속금액에서 각종 공제를 뺀 금액)을1억원 이하에서2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및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기업의 대주주 지분을 상속받는 경우 세금을 매기기 위한 주식 가액을 실제 주식 평가액의 1.2배로 간주하는 ‘최대 주주 할증 평가’ 제도도 폐지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재부가 이날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배당을 늘린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상증세법 개정안, 5% 초과 배당 증가분의 5%만큼 법인세를 깎아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198개 꼭지로 구성돼 있다. 모두 합쳐 현행 세법과 비교해 4조3515억원만큼 세수가 줄어드는 대규모 감세안으로, 1년 전 세법 개정안 기준 감세 규모(4719억원)의 9.2배에 달한다. 다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 세율 인하와 최대 주주 할증 폐지, 법인세 완화 등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안대로 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8년 만에 나온 상속공제 확대안

이날 발표의 핵심은 28년 만의 상속세제 개편이다. 1997년부터 상속 공제액의 표준은 5억원의 일괄공제와 통상 5억원인 배우자 공제 금액을 합친 ‘10억원 공제’였는데, 정부는 공제 규모를 대폭 늘리는 내용의 상증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자녀와 배우자가 모두 있는 경우 유족들은 상속 공제는 ‘5억원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친 금액’, ‘2억원의 기초공제와 1인당 5000만원의 자녀공제, 배우자공제를 합친 금액’ 가운데 큰 금액을 공제받는다. 자녀가 6명을 넘지 않는 대부분의 유족들은 ‘일괄공제+배우자공제’를 선택해왔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자녀 공제액이 현행의 10배인 5억원으로 늘어날 경우 2억원의 기초공제와 1인당 5억원의 자녀 공제, 배우자 공제를 합친 금액이 최소 12억원은 되기 때문에 10억원의 ‘일괄공제+배우자공제’ 방식보다 유리해진다.

길혜전 광교세무법인 세무사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재는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인 12억원을 배우자와 두 자녀가 상속받아도 2536만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배우자와 자녀1과 자녀2 등 3명의 상속권자 기준 1.5대1대1의 법정 상속 비율대로 상속받는다고 가정한 결과다.

◇마용성 30평 아파트 상속세 안내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상증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공제액이 17억400만원(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10억원+배우자 공제 5억400만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배우자와 2자녀가 재산을 상속받는 경우 서울 성동구 옥수파크힐스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대장주 아파트의 30평대(전용면적 85㎡) 아파트 최근 시세에 해당하는 20억원까지 공제가 된다. ‘마용성’ 아파트 한 채만 들고 있어도 종전에는 1억2000만원 쯤 상속세를 내야 했는데, 법이 개정될 경우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길 세무사는 “기초공제 2억원과 자녀 공제 1인당 5억원, 배우자 공제를 모두 합친 방식이 더 유리해지는 구조”라며 “자녀가 많을수록 세 부담이 더 줄어든다”고 했다.

 

세율 인하 효과까지 감안하면 세 부담은 더 줄어든다. 홀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외동딸이 14억원의 단독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 종전에는 2억225만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는데, 공제한도가 늘어나면서 세 부담은 1억4405만원으로 줄어든다. 최저세율인 10% 적용 구간이 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되는 세율 인하 효과까지 적용하면 세액은 1억3435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기초공제 2억원과 자녀공제 5억원을 뺀 과세표준은 6억9500만원(장례비 공제 500만원 가정)인데, 1억원 초과 2억원 이하 구간 적용 세율이 20%에서 10%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저세율 적용 구간 확대와 최고세율 인하를 포함한 상증세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현재의 세율 구조가 마련된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상속 세율 체계가 바뀌게 된다.

자녀 공제액 확대로 유족 가운데 고인의 자녀가 많은 경우 세 부담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두 자녀가 14억원을 상속받을 경우 세 부담은 한 자녀 유족 기준 세액의 14%인 1892만원으로 줄어든다.

◇종부세·유산취득세는 빠져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종합부동산세 폐지나 일부 과표구간 조정 등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세로 정부가 보유세 완화안을 내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기자단 브리핑에서 “최근 시장 상황과 맞물려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고인이 남긴 재산 전체에 대해 상속세를 매기는 현행 방식 대신 유족별 상속 재산 별로 세금을 물리는 ‘유산취득세’ 개편안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발표에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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