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韓대표 외롭게 만들지 말라" 韓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자"
尹대통령, 한동훈 신임 당대표 등 與 지도부 초청해 대통령실 만찬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신임 지도부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삼겹살 만찬’을 함께 했다. 전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한 대표와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청년) 최고위원 등 신임 여당 지도부와의 상견례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낙선자들과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 원내 지도부도 초청했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수석급 참모진도 배석했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당정(黨政) 인사 27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 앉아 식사한 것은 지난 1월 29일 오찬 이후 177일 만이다. 두 사람은 조만간 독대(獨對) 자리를 마련해 한 번 더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 30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잔디 마당(파인그라스)에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파인그라스 입구에서 참석자들을 맞았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오른쪽에 선 한 대표, 왼쪽에 선 추 원내대표와 각각 손을 잡고 기념 촬영을 했다.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다른 참석자들도 순서대로 서로 손을 맞잡았다. 윤 대통령 등은 기념 촬영을 하면서 “국민의힘 파이팅”을 외쳤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만찬에서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고 많이 도와주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자”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정 화합의 장(場)을 만들겠다는 대통령 뜻이 담긴 자리”라며 “복장은 ‘격의 없이 대화하자’는 대통령의 취지에 따라 노타이 정장으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 주요 인사 27명이 집결한 이날 만찬은 한동훈 대표가 전날 전당대회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 인사를 한 뒤에 자연스럽게 결정됐다고 한다. 당시 통화에서 한 대표는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 좋은 정치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통화한 뒤 정진석 비서실장, 김대기·이관섭 전 비서실장과 저녁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전현직 비서실장들이 “빠른 시일 내에 신임 여당 지도부와 식사 자리를 갖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이날 만찬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파인그라스에서 한 대표 등 참석자들을 맞으면서 “비 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이 좋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진종오 청년 최고위원에게 “(전당대회 선거전이) 운동하는 것보다 힘들죠”라고 농담도 했다. 진 최고위원은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내부 홀에서 이어진 만찬에선 삼겹살과 돼지갈비, 모둠 상추쌈, 빈대떡, 김치, 미역냉국, 김치김밥, 과일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메뉴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삼겹살은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의 통합의 의미이자, 막역한 사이에서 먹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인 만큼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러브샷을 했다. 윤 대통령은 맥주를, 한 대표는 제로 콜라를 마셨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내 선거는 끝나면 다 잊어 버려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만 생각하자”고,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자”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리더십을 잘 발휘해 당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했고, 마무리 발언에선 참석자들에게 “하나가 돼 한 대표를 잘 도와줘야 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잘 도와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 중간에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고 많이 도와주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여러 차례 말하더라”고 했다.
여권에선 이날 만찬을 두고 “여권 화합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는 얘기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두 사람 관계는 여권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친윤계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원하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 하루 만에 윤 대통령이 한 대표는 물론 그와 당권을 두고 경쟁한 다른 후보들까지 한자리에 초청하고, 한 대표도 흔쾌히 응하면서 관계 개선의 발판은 마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작년 3·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기현 지도부’와는 전당대회 닷새 만인 3월 13일 저녁 식사를 했다. 여권 관계자는 “친윤 직할 체제를 구축했던 3·8 전당대회 때와 지금은 여당 지도부 구성이 많이 달라졌다”며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곧바로 만찬 회동을 하는 것도 달라진 정치 상황에 맞게 여당을 대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한 대표는 현충원 방명록에 ‘더 경청하고 더 설명하고 더 설득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고 함께 미래로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대표는 이후 국회로 이동해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 예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홍 수석 편에 축하 난을 보냈다. 한 대표는 홍 수석에게 “제가 대통령님과 함께 당을 이끌면서 집권 여당과 윤석열 정부가 받고 있는 여러 저항과 역경을 이겨내고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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