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피싱조직까지… 코로나 정부 지원금 3조원 샜다
정부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7차례에 걸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코로나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61조4000억원 가운데 최소 3조2323억원(5.3%)이 새어나간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25일 공개한 ‘소상공인 등 지원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7월부터 2022년 9월까지 7차례에 걸쳐 중소기업·소상공인 586만여곳에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으로 61조4000억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최소 3조2323억원이 코로나로 인한 피해 규모보다 많이 지급됐거나, 아예 지원금을 받아서는 안 되는 업체에 지급된 것으로 파악했다. 부당하게 지원금을 받은 업체는 62만3042곳에 달했다.
업체 36만6764곳은 코로나로 본 피해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이 더 받은 돈은 2조6847억원에 달했다. 8만6217곳은 코로나로 피해를 봤다는 점이 아예 증빙되지 않았는데도 3007억원을 그냥 받았다.
1만5574곳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없는 업종인데도 1205억원을 받았다. 예를 들어, 태양광 사업자들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이전에 이미 한국전력 등과 20년치 전력 판매 계약을 체결해놓았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있을 수 없는 업종이었다. 코로나 기간에 이들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와 무관한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태양광 발전 사업은 지급 대상 업종으로 분류돼 지원금을 받았다.
4만1166곳은 휴업이나 폐업 중인데도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금 등으로 546억원을 받았고, 3855곳은 서류상으로만 ‘영업 중’으로 돼 있을 뿐 실제 영업을 하는 데 필요한 인·허가를 받지 않은 업체들이었는데도 110억원을 받았다. 1만5490곳은 2가지 이상의 지원금을 중복해서 받았는데, 더 받은 금액이 300억원에 달했다.
3035곳은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방역 조치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121억원을 받았다. 애초에 코로나 지원금은 영업 손실을 감수하고 방역 조치에 협조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것이었으므로, 이런 업체들에는 전액을 받을 자격이 없었다. 4199곳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처리 실수 때문에 135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321곳은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을 속여서 지원금을 받았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가운데는 보이스피싱이나 대포통장 개설 등 범죄를 위해 만들어진 유령 법인까지 있었다.
감사원은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사업을 맡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처음부터 제도 설계를 허술하게 한 탓에 3조원 이상이 새어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기간 소기업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업종들이 ‘경영 위기 업종’으로 분류돼 지원금이 지급됐다. 이런 업종들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인 것은 대기업 매출이 감소해 전체 평균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소기업들의 매출은 급락했는데 대기업의 매출 증가로 전체 평균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온 업종들은 지원에서 제외됐다. 또 단순히 매출 증감만으로 지원금을 줄 업종을 분류하다 보니, 태양광 발전 업종처럼 코로나의 영향이 없는 업종이 지원 대상 업종으로 분류됐다.
매출 감소가 1원이라도 있었던 업체에 대해서 코로나로 피해를 본 업체라며 정액(定額)으로 재난지원금을 주기도 했다. 매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많고 하반기에는 매출이 적은 업체도 ‘매출 감소’를 이유로 지원금을 받았다. 이런 업체 상당수는 코로나에도 아랑곳없이 매년 매출이 는 업체들이었다. 그 결과, 코로나 기간 사실상 아무 피해를 보지 않았는데도 2000만원 가까운 지원금을 받은 업체들이 속출했다.
중기부가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지급 대상자를 선별하는 업무를 직원 수 명에게 떠맡겼던 것도 대규모 부실 지급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중기부는 1~4차 재난지원금 16조1000억원을 받을 대상자를 선별하는 업무를 임용된 지 1년여밖에 안 된 신입 사무관(5급) 1명에게 맡겼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이 사무관은 17개 시·도가 보내오는 방역 조치 위반 업체 명단을 도저히 살펴볼 수 없었다. 이런 업체들을 걸러내지 못한 정부는 이런 업체들에도 방역 조치 준수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했다.
코로나 지원금 가운데 3조원 이상이 새어나갔지만, 대부분은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로 본 피해보다 더 많이 지급된 지원금 2조6847억원, 코로나로 본 피해가 증빙되지 않았는데도 지급된 지원금 3007억원 등은 애초부터 중기부가 설계를 잘못해서 지급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받은 업체들로부터 지원금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 태양광 사업자들이 받은 지원금도 중기부의 설계 잘못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돌려받을 수 없다. 정부를 속이고 지원금을 받았다가 적발된 소수 업체에 대해서만 지원금 회수와 제재부가금 부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부실 지급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은 납세자들이 떠안아야 한다. 7차례의 지원금 지급을 위해 정부는 추경(추가경정예산)을 5차례 편성했다. 또 7차례 지원금 가운데 4차례는 정부의 비상금(예비비)이나 초과 세수를 털어 지급한 것이었지만, 3차례는 빚을 내서 지급한 것이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전해인 2019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723조2000억원이었고, 7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해인 2022년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67조4000억원으로, 3년 새 344조2000억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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