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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라이칭더 당선… ‘反中·독립주의’ 택했다

太兄 2024. 1. 14. 16:58

대만 총통 라이칭더 당선… ‘反中·독립주의’ 택했다

사상 첫 부총통 출신 총통
8년 주기 정권 교체 공식 타파
中의 증오, 美의 불안, 대만 분열은 과제

입력 2024.01.13. 21:03업데이트 2024.01.14. 14:05
 
13일 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이긴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로이터

‘대만 독립 일꾼’이라고 스스로를 칭했던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총통(대통령 격)에 당선됐다. 13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는 40.05%의 득표율로 친중(親中) 성향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득표율 33.49%)를 눌렀다.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예상보다 훨씬 높은 26.4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71.86%로, 직전 선거 때인 2020년(74.9%)보다 낮지만 2016년(66.27%)에 비해 높다. 독립 성향인 민진당의 정권 재창출로 인해 대만은 반중(反中)·친미(親美) 기조를 유지하게 됐지만, 중국의 군사·경제 압박이 강화되며 대만해협에 긴장의 파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대만 민심은 지난 2016·2020년에 이어 또다시 반중 정당을 선택했다. ‘중국과 대만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차이잉원 노선’의 손을 다시 한 번 들어준 것이다. 선거 막판에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언론 인터뷰에서 거론한 ‘시진핑 신뢰론’이 주목 받으며 국민당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것도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 ‘제3 정당’이 민진당 반대 표를 국민당과 양분

‘새싹 운동’을 일으킨 제3정당인 민중당이 민진당에게 승리를 안긴 측면도 있다. 지난 2일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라이칭더는 허우유이를 오차 범위 이내인 3~5%포인트 앞서며 초박빙 승부를 예고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양당의 격차(6.6%포인트)가 예상보다 컸다. 청년층과 중도층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커원저 후보가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반(反)민진당 표를 국민당과 양분한 것이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민진당의 ‘콘크리트층’은 전체 유권자의 40% 수준이기 때문에 민중당이 20%의 지지율을 넘기면 국민당은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최종 투표에서 민중당 지지자들은 대부분 국민당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커원저는 정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득표율 16~17%보다 높은 20% 중반을 기록하며 국민당을 박스권에 가뒀다. 앞서 지난해 11월 커원저는 허우유이와의 단일화 협상에도 실패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 진영이 13일 밤 타이베이에서 자축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라이칭더는 이번 정권 재창출로 두 가지 ‘최초 기록’을 세우며 대만에서 반중·친미 ‘차이잉원 노선’이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우선 2000년 이후 8년 주기로 민진당과 국민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던 ‘8년 정권 교체 공식’을 깼다. 중국 입장에서는 차이잉원 총통의 임기(2016~2024년) 동안 대(對)대만 영향력 약화를 겪었는데, 라이칭더의 등판으로 이를 만회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둘째로 대만에서 직선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부총통 출신이 총통에 올랐다. 국민당의 롄잔 부총통과 민진당의 뤼슈롄 전 부총통 등 여러 부총통들이 대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경력자’가 국정의 핸들을 잡기 때문에 정책 연속성을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 대만에서 총통 당선인은 취임일(5월 20일)까지 4개월의 공백이 있는데, 현 부총통인 라이칭더는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인수·인계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지지기반 약해졌는데 중국은 강경해져

그러나 라이칭더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차이잉원보다 지지 세력은 크게 약화됐는데, 맞서야 하는 상대인 중국은 ‘통일’을 외치며 강경해졌기 때문이다. 라이칭더는 1996년 이후 당선된 총통 중에 천수이볜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한 이른바 ‘약세 총통’이다. 절대적인 지지층 없이 분열된 대만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차이잉원은 2016년(득표율 56.12%)과 2020년(57.1%) 총통 선거에서 2위와 표차를 크게 벌렸고, 마잉주 전 총통도 재선된 2012년에 51.6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 ‘국회 과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민진당은 총통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총선에서 입법원(국회) 전체 의석(113석)의 45%에 불과한 51석(종전 62석)을 차지했다. 국민당은 과반석 확보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민진당보다 한 석이 많은 52석(종전 37석)을 얻었다. 남은 13석은 민중당이 8석(종전 5석), 무소속이 5석씩 가져갔다. 1986년 창당한 민진당은 차이잉원 총통 당선 당시인 2016년 처음으로 대권과 국회 권력을 동시에 장악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는데 또다시 국회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6일 유세에서 라이칭더에게 정권을 맡기라고 호소하면서 “총통과 부총통이 운전대를 쥐고 있지만 엔진은 국회”라고 평가했다.

결국 라이칭더는 집권 후 분열된 민심을 달래고 제3정당 민중당에게 손을 내밀어가며 국정을 운영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중립을 표방했던 민중당은 지난해 11월 국민당과 ‘남백합(국민당과 민중당의 단일화)’을 논의했던 세력으로 민진당과 정치색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양안 문제에서는 국민당과 비슷하게 중국에 우호적이란 분석도 있다. 대만 정치 전문가들은 민중당이 민진당을 외면하고 국민당과 손을 잡거나, 사안 별로 입장을 달리하며 존재감 과시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의 위협과 미국의 불신 극복해야

대만 밖으로 눈을 돌리면 더 큰 위기에 직면에 있다. 중국이 ‘구제불능의 대만 독립주의자’로 낙인 찍은 이상 양안(중국과 본토) 문제를 관리하기 어렵고, 차이잉원 총통처럼 미국의 절대적 신뢰도 얻지 못한 상태다. 중국이 양안 관계 안정을 위해 라이 당선인을 달랠 가능성은 매우 낮고, 라이칭더가 92공식(컨센서스)을 수용하거나 ‘대만과 중국은 서로 속하지 않는다’는 차이잉원의 입장을 거부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 결국 라이칭더의 임기 동안 양안 대화가 전면 중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중국은 오는 3월 양회(兩會) 시기부터 라이칭더가 취임하는 5월 20일까지 경제·외교·군사 수단을 총동원해 대만 압박 수위를 높이며 길들이기에 나설 수 있다. 궈위런(郭育仁) 대만 국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선거는 양안 관계의 분수령”이라며 “선거 당일부터 대만 총통 취임식까지 대만해협 정세가 빠르게 요동칠 것”이라고 했다.

대만의 ‘뒷배’를 봐주는 미국도 라이칭더와 신뢰 관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장우웨(張五岳) 대만 단장대학 양안관계연구센터 주임은 “미국은 차이잉원보다 강한 라이칭더의 독립 성향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미·중 소통 채널이 원활하게 작동하면 대만해협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13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당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라이칭더 총통 당선자./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대만 선거 결과는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쑤즈윈(蘇紫雲)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국방전략자원연구소장은 “한국의 에너지 62%, 일본의 에너지 90%가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등 이곳의 안보는 주요국들의 이익과 직결돼 있다”고 했다. 김준규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은 “대만은 한국의 6위 교역 상대이고, 반도체 산업의 주요 파트너”라면서 “새 총통이 당선되면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협력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했다.

대만에선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전역 1만7794곳의 투·개표소에서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치러졌다. 직선제가 실시된 1996년 이후 8번째 총통 선거로, 유권자는 약 1950만명이다.

13일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대만의 새로운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한국은 안보적으로는 새로운 우방을, 경제적으로는 여전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됐다...
 
13일 치러진 대만 선거에서 라이칭더와 함께 최고의 승자는 기적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제3정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다. 청년층과 중도층의 강력한 ...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당선자는 반중(反中) 성향이 강한 민진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만 독립주의자’이다. 선거운동 기간 극단적인 반중 발언이...
 
 

라이칭더 “대만을 제2 홍콩 만들 순 없다”… 과거부터 中과 대척점

대만 총통 당선자는 누구
광부의 아들, 의사 출신

입력 2024.01.13. 21:10업데이트 2024.01.14. 15:50
 
대만 총통 당선자인 라이칭더가 13일 타이페이에서 대선 승리 후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 당선자는 반중(反中) 성향이 강한 민진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만 독립주의자’이다. 선거운동 기간 극단적인 반중 발언이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유화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총통 당선 이후에 ‘본성’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특히 라이칭더가 당선되면서 민진당은 대만이 직선제를 도입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번(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한 당이 됐다. 이는 민진당의 반중 노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라이칭더는 1959년 타이베이의 시골 해안 마을인 완리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탄광 폭발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수재(秀才) 소리를 들었던 그는 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민진당에 입당한 뒤 1998년 입법위원(국회의원)이 돼 내리 4선을 했다. 2010년부터는 7년간 대만 서남부의 유서 깊은 도시 타이난 시장을 맡았다. 타이난 시장 때인 2012년엔 업무 수행차 차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직접 부상자를 구한 일로 ‘인의(仁醫)’라는 별명도 얻었다. 2016년 2월엔 타이난 일대에서 강진이 발생해 고층빌딩이 대거 붕괴했을 때 구조와 현장 복구 작업에 적극 나서 주목받았다.

2017년 차이잉원 총통 1기 정부에서 행정원장(국무총리)에 올랐으나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대패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2020년 대선 경선에서 차이 총통과 경합해 패배한 후 런닝메이트로 뛰었고, 차이 재선 후 부총통이 됐다. 지난해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주석(당 대표)에서 내려온 차이잉원에 이어 민진당 주석에 올랐다.

 
 

라이칭더의 가장 뚜렷한 색채는 역시 ‘반중·독립’이다. 그는 늘 대만은 주권 국가이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대만을 제2의 홍콩, 제2의 티베트로 만들 순 없다”고 주장해 중국의 반발을 사 왔다. 중국 대륙과 다른 대만의 정체성을 강조해 타이난 시장 시절 중국식 병음(한자를 읽는 방식)을 거부하고, 대만식 통용병음을 쓰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그는 또 대만인의 단결을 강조하는 신(新)헌법 제정을 주장하고,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제도)식 통일을 비판해왔다. 대선 후보로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독립’이라는 단어보다는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쪽으로 현실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최소한 차이 총통 수준의 대중 관계는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는 반중·친미라는 당의 성향에 더해 일본과의 관계도 매우 중시한다. 정치인이 된 뒤 일본을 여러 차례 찾아 대만과 일본의 연대를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엔 5일간 일본을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모리 요시로, 가이후 도시키 등 역대 총리들을 만나며 일본 정계와의 유대를 과시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대만이 미국·일본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연대를 강화할 것이란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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