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명분 크루즈 여행 간 부안군, 이번엔 郡의원 전원 크루즈 출장
잼버리 개최지 홍보한다며 2번 다녀왔는데
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벤치마킹 명분
郡 “군의회 아닌 외부 심사위원들이 확정”
일부 참가 국가가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조기 퇴영하는 등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부실 준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개최지인 전북 부안군의회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해외 크루즈 출장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안군은 앞서 공무원들이 잼버리 개최 확정 후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 등 명목으로 2차례 크루즈 탑승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9일 전북 부안군의회에 따르면 부안군의회 의원 10명 전체와 공무원 4명은 오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3박 4일간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크루즈 출장을 떠난다. 부안군의회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되어있다.
30일 싱가포르에서 크루즈에 탑승한 후 9월 1일 하선하는 일정이다. 9월 2일엔 싱가포르에서 출국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출장경비는 4000여만 원이다.
부안군의회는 해외 출장 이유로 ‘크루즈산업 및 크루즈 연계사업 등에 대한 국외연수를 통해 향후 우리군의 크루즈항 여건, 유치의 실효성 및 경제적 파급효과 등 발전방안 모색’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벤치마킹을 통해 부안군이 글로벌 휴양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정책자료로 활용’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부안군은 이미 공무원들이 2차례 크루즈 탑승 출장을 다녀왔다. 부안군 공무원 13명은 2019년 10월 중국 상해에서 최장 6박 7일간 크루즈 팸투어를 다녀왔다. 또 다른 부안군 공무원 5명은 같은 해 12월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 및 지룽 크루즈 터미널을 다녀왔다.
이 같은 계획은 잼버리 파행 우려가 커졌던 지난 3일 확정됐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행사 시작 전부터 우려가 나왔고, 지난 2일 개영식에서는 83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만 부안군의회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해외출장계획은 군의원들이 아닌 외부 심사위원들이 확정했다”고 했다.
당시 심사위 회의록을 보면 “이번 크루즈 출장은 어떻게 보면 출장 자체가 여행이다” “잼버리 기간 동안 큰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진행해도 좋지만, 날씨나 돌발상황까지 감안해야 한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해외출장계획을 승인했다.
부안군의회 운영위원장인 김두례 의원은 이와 관련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자세한 내용은 정리해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김광수 부안군의회 의장은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은 우리 군이 오래 전부터 추진해오던 사업”이라며 “이와 관련한 현지시찰로 해외출장은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재 부안군청과 부안군의회 홈페이지에는 “국민세금으로 크루즈 여행이 말이 되나?” “또 다시 크루즈 여행이 계획 되어 있다고요?” “30일에 또 크루즈? 미쳤다” 등 항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英잼버리 개최지 출장’ 부안 공무원들, 손흥민 경기 보고 왔다
부안군 “잼버리 예산 아닌 군예산 써”
새만금 세계잼버리 주최 측이 1000억원대의 예산 대부분을 조직위원회 운영에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간 투입된 예산 사용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잼버리가 개최된 전북 부안군 공무원들이 ‘잼버리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를 목적으로 떠난 출장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직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안군 공무원 4명은 2019년 10월 3일부터 13일까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다. 이들이 출장 후 제출한 보고서에는 여행 목적으로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라고 적혀 있다.
영국 런던에 도착한 이들은 이튿날 버킹엄궁전, 웨스턴민스터사원 등 관광지를 둘러보는데 하루를 소요했다. 일정 3일 차에는 런던 근교의 휴양도시 브라이턴 지역으로 이동해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았다. 이곳은 EPL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홈구장이다.
보고서에는 아멕스 스타디움에 다녀온 후 느낀 점에 관해 “지역 특색을 살린 경기장 디자인이 인상적” “운동장과 관중석이 가깝게 설계되어 생동감 넘치는 경기 관람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우리 군 읍면단위 국민체육센터 등 관련 사업 시행 시 반영 가능”이라고 했지만, 잼버리나 도시재생과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게다가 이들이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은 날짜도 문제가 됐다. 2019년 10월 5일은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의 원정 경기가 이곳에서 치러진 날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장해 후반 27분까지 뛰고 교체됐다. 토트넘은 0대3으로 패했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손흥민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일부러 일정 중에 아멕스 스타디움을 끼워 넣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르면 공무국외출장계획서를 미리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공무원이 되면 손흥민 경기 세금으로 볼 수 있는 거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2022~2023시즌 기준 브라이턴 경기 관람 시즌티켓 가격은 545파운드(약 91만원)다. 브라이턴의 경기당 티켓 가격은 상대팀과 좌석에 따라 성인 기준 30~72파운드(약 5만~13만원)로 달라진다. 티켓을 구매하려면 먼저 멤버십에 가입해야 하는데, 해외 축구팬의 멤버십 가입 가격은 40파운드(약 7만원)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직접 예약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한다. 이 경우 티켓 가격은 통상 2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부안군 관계자는 손흥민 경기를 관람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잼버리 일정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잼버리 목적의 출장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여행 기간에는 잼버리 홍보 활동을 한 것이며 해당 출장은 잼버리 예산이 아닌 부안군 예산으로 갔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건 이뿐만이 아니다. 부안군 관계자 4명은 2017년 7월 10박12일 일정으로 크로아티아‧체코‧헝가리‧독일 등 유럽 6개국 국외연수를 떠났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적힌 출장보고서 제목은 ‘유럽문화 및 관광산업 등 견학 체험을 통해 우리 군의 문화, 관광 분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 홍보활동을 하고자 함’이었다. 보고서 요약에도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 전개’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해외연수 소감에는 “우리에게 있어 10박12일 동안 꿈같은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잊지 못할 생생한 추억으로 기억된다”며 스스로 ‘여행’이라고 기재했다.
이 밖에도 전북도청 관계자 5명은 2018년 5월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 조사’ 명목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6박8일 출장을 갔다. 정작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다. 잼버리와 관련된 해외 출장은 전북도와 부안군, 여성가족부 등에서 총 90건 이상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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