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제

윤석열과 바이든의 여덟 번째 만남

太兄 2023. 8. 8. 16:46

[김대중 칼럼] 윤석열과 바이든의 여덟 번째 만남

우리는 4월 총선 있지만 그해 11월 미국은 대통령 선거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반도 정책 다 바뀔 것”
지난번 미군 철수도 공화당 시절
우크라·나토·대만도 ‘뒤집기’ 가능
우리가 어쩔 수는 없지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

입력 2023.08.08. 03:20업데이트 2023.08.08. 16:39
 
지난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들어가고 있다./대통령실

내년 4월 총선이 윤석열 정권과 자유·우파 진영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윤 정권은 동력을 상실하고 한국의 보수·우파는 남은 3년을 숨죽이고 연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4월 총선’에 못지않게 한국에 중요한 선거가 같은 해 11월 미국에서 있다. 바로 미국의 대통령 선거다. 현직 조 바이든과 전직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대결이다. 만일 트럼프가 복귀한다면 지금 윤 정부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외교·안보 분야의 진척에 결정적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고, 한국의 안보는 오리무중 위험에 처하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가 재선되느냐 마느냐다. 지금까지 실시한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되는 것은 물론이고 본선에서 바이든과 똑같이 43%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 미국의 권위 있는 신문과 방송은 트럼프가 4회에 걸친 기소에도 불구하고,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기소가 있을 때마다 지지도가 떨어지기는커녕 올라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선거가 15개월 남았으니 변수가 많을 것으로 믿는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트럼프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바이든과 가상 대결에서 동률의 지지도가 보도되자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고 미국은 이전보다 더 위대해질 것”이라고 기세등등했다. 트럼프의 소송 비용에 써달라고 기탁한 후원금도 올 상반기에만 4020만달러(약 520억원)에 달한다. 그의 사법 리스크가 커질수록 지지층이 결집하며 오히려 호재(好材)로 돌아오고 있는 현상은 지난 우리의 대선 때 이재명씨에 대한 지지의 득세를 연상시킨다. 현 상황으로 볼 때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는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트럼프가 복귀하면 윤 대통령의 ‘바이든 올인’ 외교는 어떻게 되나? 윤 대통령의 친미적(親美的) 동맹 외교 노선은 바이든의 중국 억제라는 세계 전략과 잘 맞아떨어졌다. 지난 재임 1년 3개월 동안 윤 대통령은 바이든과 7차례 정상급 회담을 가졌고 오는 18일 미국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여덟 번째로 만난다. 윤 대통령은 평균 2개월에 한 번꼴로 바이든을 만난 셈이다. 전례 없는 일이고 가히 ‘바이든 올인’이라고 할만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내 평가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외교·안보 노선의 동맹적 복원이고 한국의 정체성을 전통적 자유-민주 체제로 이끌고 있는 점이다. 거기에 미국과 맺은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 상원 외교위를 이끌었던 외교 베테랑 바이든은 윤 대통령의 정책 노선을 자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에 활용했고 윤 대통령은 거기에 기꺼이 응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백악관 주인이 바뀐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혼란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새 주인이 트럼프라는 미국 우선의 신(新)제국주의자라면, 모처럼 자리 잡아가는 한국의 동맹 위주 안보·외교 노선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꼴이 된다. 특히 트럼프의 ‘김정은 놀음’은 그의 재임 기간 보여준 족적만으로도 능히 한국을, 더 나아가 북한까지도 헷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음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트럼프 복귀 땐 한반도 정책 다 바뀐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공화당이 우방을 지켜주는 전통적 보수 노선이라고 알고 있지만 주한 미군 철수는 오히려 공화당인 닉슨 때 이루어졌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강국 노선인 마가(MAGA)에 필요하다면 한국, 나토 등 동맹까지도 언제든 불쏘시개로 쓸 사람이다.

CNN의 칼럼니스트 프리다 지티스는 트럼프가 복귀하면 역대 미국이 가져보지 못한 ‘강력한 대통령’ ‘강력한 미국’을 표방할 것이고, 동맹을 미국을 활용하는 방편으로 삼는 나라들의 사고방식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예로서 우크라이나, 나토, 주한 미군 그리고 대만 문제에서 트럼프식(式) 뒤집기를 예상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대통령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그런 나라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르다는 것이 미국인들 생각이고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내년 미국 대선 전망만을 계산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미국 민주당 정부에 올인하고 바이든에게 맥없이 기대고 있을 때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로 바뀌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