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참전해 돕겠다” 덴마크 뜻 17번 거부한 文정부
[기자의 시각]
“한반도에 문제가 생기면 참전도 불사하며 힘을 보태겠습니다.”
덴마크는 2020년 초 문재인 정부에 ‘유엔사 전력 제공국’에 참여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73년 전 덴마크는 6·25가 터지자 전쟁터에 의료진 630명을 보냈다. 정전 후에도 덴마크는 유엔사 회원국으로서 한국에 연락 장교를 파견했다. 한반도 격변의 시대를 함께 보낸 나라다. 이에 북핵 위기가 최근 심각해지자 유사시 참전할 것을 약속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이 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이 “전력 제공국은 6·25 전투 파병국만 가능하다. 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 등은 의료 지원만 하지 않았나?”라며 불가 입장을 전한 것이다. 덴마크는 말문이 막혔다. 두 팔 벌려 환영할 줄 알았는데 문전박대당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덴마크가 모멸감을 느끼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면서 “주한 미군·유엔사 사이에서도 ‘우리가 알던 한국이 맞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했다.
덴마크는 혹시나 해서 “그 방침이 맞는 것인지 재확인해달라”는 공문을 국방부에 보냈다. 유엔사는 외교부에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국방부·외교부 모두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비무장지대 초소를 철거하고 북한 인민군과 교류 방편을 궁리하던 국방부 대북정책과 등이 이런 방침을 주도했다고 한다.
이후 덴마크는 외교 전쟁을 벌이는 수준으로 ‘재검토’ 요청을 했다. 취재해 보니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0개월간 총 17차례 여러 형태로 의사를 전했고, 문 정부는 모두 거절했다. 윤석열 정부로 바뀌고 18번째 요청에서야 덴마크는 전력 제공국이 됐다.
전직 군 관계자는 “애초 이 문제는 문 정부가 유엔사를 축소하려다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기존 회원국 17국과 더불어 독일같이 6·25 때 의료 지원은 했지만 아직 회원국이 아닌 나라도 단계를 밟아 전력 제공국에 참여시키려 했다. 유엔사가 건재만 해도 외세가 한반도에 함부로 침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전력 제공국을 전투 파병국으로 제한했다. 독일 등 다른 나라가 추가 가입될 싹은 자르고 더 나아가 의료 지원 3국도 제외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회원국 17국보다도 적은 14국만 전력제공국이 되도록 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목숨 걸고 돕겠다는 ‘참전 의사국’ 수를 더 늘리려 하기보다 더 줄이려 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당시 국방부 관련자들은 이에 입을 닫고 있다. 대신 한 전역자가 2018년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 링크를 보내줬다. “‘주유엔 북한 대표부 1등 서기관, 유엔사는 괴물이다. 당장 해체’ 주장.” 그러고 보니 2020년 김여정의 ‘대북 전단’ 비난 담화 직후 당시 여당 주도로 전단 살포 금지법이 일사천리로 처리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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