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이 가을에 한양으로 떠났다 가을에 송도로 돌아왔다. 3년 사이에 송도는 많이 변해 있었다. 진이는 문득 이제현의 송도팔경 중 《용산추만》(龍山秋晩)을 떠올렸다. ‘지난해 용산에 국화꽃 피었을 때/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한줄기 솔바람 부니 모자가 떨어지고/ 붉게 물든 단풍잎 옷에 가득한 채/ 술에 취해서 부축 받으며 돌아왔네.’ 시를 다 읊은 진이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늦가을의 보름달이 두둥실 떴다. 명월(明月)이다. 진이의 두 눈에서 구슬 같은 눈물이 소나기가 쏟아지듯 떨어졌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눈물이다. 이사종과 계약결혼을 연장하지 않고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때렸다. 명월관은 그동안 가꾸지 않아 정원 등에 잡풀이 우거져 집 전체가 폐가처럼 보였다. 옥섬은 나이..